
파지 한 묶음이 던진 질문은
노동과 존엄, 공동체,
그리고 가장 약한 사람의 몫을 관찰하는
Human Coordinates 시리즈입니다.
이 글은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가 기록하는
인간 좌표 아카이브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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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분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장면은 내게 질문을 남겼다.
이 글은 그 질문이 처음으로 커지기 시작한 기록이다.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파지를 보고 있었는데
돈을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생각했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가장 약한 사람을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아마도 내가 떠올린 것은
폐지 자체가 아니라
그 폐지가 누군가에게 갖는 의미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폐지는 쓰레기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수입일 수 있다.
하루 5천 원.
하루 1만 원.
하루 1만5천 원.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날 저녁 식탁을 결정하는 돈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나는 이상하게도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성경 속 이삭줍기 이야기였다.
추수가 끝난 밭.
주인은 모든 곡식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땅이었고
그의 노동이었으며
그의 수확이었다.
그런데 성경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밭 가장자리까지 모두 거두지 말라.
떨어진 이삭도
모두 주워 담지 말라.
고아와 과부를 위해
남겨 두라.
나는 종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장면 속에는
공동체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데
왜 남겨 두라고 했을까?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왜 일부러 남겨 두라고 했을까?
어쩌면 그것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규정이기 전에
공동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질문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사람들은 종종
효율을 이야기한다.
효율은 중요하다.
생산성도 중요하다.
경쟁력도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노력 덕분에 더 풍요로운 세상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모든 공간을 경쟁으로 채우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나는 답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을 오래 관찰할수록
한 가지는 느끼게 된다.
사회는 점점 효율적으로 변한다.
기술은 발전한다.
시스템은 정교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은
늘 비슷하다.
노인.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그리고 때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사람들.
왜 그럴까?
강한 사람은
대체로 살아남는다.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동체는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효율로 계산할 것인가?
무엇을 보호할 것인가?
어디까지를 경쟁에 맡길 것인가?
그리고 무엇만큼은
끝까지 공동체가 지켜야 하는가?
나는 경쟁을 없애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은 존재한다.
아마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경쟁이 아니다.
문제는
그 경쟁의 충격이
누구에게 가장 크게 전달되는가이다.
그래서 나는
파지를 떠올리다
이삭줍기를 떠올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강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의 몫을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공동체란 무엇일까?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 공간일까?
아니면
가장 약한 사람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일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질문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왜 가장 약한 사람의 몫은
언제나 가장 먼저 경쟁의 대상이 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 내가 보았던 것은
폐지를 접고 있던 노부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기억에 남은 것은
그분들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나는 파지를 보며
돈을 떠올리지 않았다.
나는 공동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가장 약한 사람의 몫에 대한 질문이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그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약한 사람의 몫을 생각하다 보니
나는 또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화 속에서
그 경쟁은 어디에서 오는가?
외국인 노동자는
정말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는
전혀 다른 질문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다음 이야기
Part 3 | 외국인 노동자는 문제가 아니라 질문이다
가장 약한 사람의 몫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세계화와 경쟁,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이라는 질문과 만나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정말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설명하지 못한
더 큰 변화의 일부일까?
다음 글에서는
그 질문을 따라가 본다.
Human Coordin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