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75) 썸네일형 리스트형 기억됨은 함께 만든 문장이다 | 루카네의 리듬 5/5 · 하 ·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 성장소설 기억됨은 함께 만든 문장이다《루카네의 리듬》 5/5 · 하 · 완결 새로운 주방의 소리는 루카네와 달랐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컸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조리대는 루카네보다 높았고 냉장고는 반대편에 있었다. 칼을 내려놓을 자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다른 학생과 동선이 두 번 겹쳤다. “Sorry.”“Sorry.” 둘이 동시에 말했다. 두 번째 주에는 소스를 하나 망쳤다. 간이 너무 셌다. 강사가 맛을 보았다. “다시 할 수 있겠어?”“네.”“그럼 다시 해.” 이안은 접시를 치웠다. 새 재료를 꺼냈다. 칼집을 열었다. 칼을 도마 위에 놓았다. 탁.탁, 탁. 손에는 익숙했다. 소리는 달랐다. 루카네의 도마에서는 조금 낮고 둔하게 울리던 칼끝이 이곳에서는 가볍게 튀었다. 탁.탁. 옆자리 학생.. 기억됨은 함께 만든 문장이다 | 루카네의 리듬 5/5 · 상 ·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 성장소설 기억됨은 함께 만든 문장이다《루카네의 리듬》 5/5 · 상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었다. 여섯 개 테이블 가운데 네 개가 차 있었다. 창가에는 처음 보는 손님 두 명이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한쪽 테이블에서는 접시가 거의 비워져 있었다. 주방에서는 두 개의 칼이 움직였다.탁, 탁탁.탁탁, 탁. 루카는 파슬리를 다지고 있었고, 이안은 감자를 얇게 썰고 있었다. “두 번째 테이블, 소스 먼저.”“알아요.” 이안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감자를 정리한 뒤 팬으로 손을 옮겼다. 루카가 접시 하나를 작업대 끝으로 밀었다. 이안은 감자 크림을 올렸다. 된장을 푼 소스를 얇게 두르고 파르미지아노를 조금 갈았다. 루카가 접시를 한번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접시를 밀었다. 이안도 아무 말 없이 두 번째..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는 언제 하나의 리듬이 되었을까 | 루카네의 리듬 4/5 · 하 ·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 성장소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맛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루카네의 리듬》 4/5 · 하 며칠이 지나자 트러플 파스타를 찾는 손님은 조금 줄었다. 이안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말했다.“다른 거 하나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루카가 반죽을 접으며 물었다.“왜.”“트러플만 계속 할 건 아니잖아요.”“이제 알았냐.”“그러니까 같이 생각해봐요.”“네 메뉴라며.”“제 메뉴 하나로 가게 다 채울 수는 없죠.”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은 선반 아래에 꽂혀 있던 오래된 공책들을 꺼냈다. 기름 얼룩이 번지고 모서리가 말린 레시피 노트였다. 가장 두꺼운 것을 펼쳤다. “이거 봐도 돼요?”“이미 봤으면서.”“언제요?”“어릴 때.”“기억 안 나는데.”“그러니까 또 봐.” 날짜와 온도, 소스 비율, 밀가루 종류가 빽빽하게 적혀 ..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는 언제 하나의 리듬이 되었을까 | 루카네의 리듬 4/5 · 상 ·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 성장소설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는 언제 하나의 리듬이 되었을까《루카네의 리듬》 4/5 · 상 이안이 자기 얼굴을 넣은 영상을 올린 뒤, 루카네를 찾아오는 손님이 조금 달라졌다. 가게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여섯 개 테이블이 하루 종일 꽉 차는 일도 없었고, 문밖까지 줄이 늘어서지도 않았다. 다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평일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문 위의 종이 울렸다. “여기 맞나요?” 이안이 반죽을 밀다 고개를 들었다. 젊은 여자가 혼자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 화면과 가게 안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루카네?”“네.”“영상에서 봤어요.” 이안은 앞치마에 묻은 밀가루를 한번 털었다. “편한 데 앉으세요.” 여자는 주방이 잘 보이는 테이블을 골랐다. 메뉴판을 펼쳤다.. 감정이 사라진 세계 25화 · 최종화 — 다시, 나는 느낀다 | 디스토피아 SF 《감정이 사라진 세계》 · 최종화 5막 5화 · 25/25“크지 않았다.깨끗하지도 않았다. 하지만—그건 분명히 내 것이었다.” 나는 계획하지 않았다. 녹음하지도 않았다. 그 감정은—그냥 일어났다. 메시지와 메시지 사이, 찬물 한 모금.빛이 바뀌고—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였다. 두려움의 반사도 아니었고, 되살아난 기억도 아니었다.그냥… 지금 내 안에서 생겨난 감정이었다.이름 붙일 만큼 크지 않았고, 분석할 만큼 선명하지도 않았다.하지만—진짜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가슴 속에 그 감정을 성냥개비 하나처럼 쥐었다.불을 붙일 생각은 없었지만, 버릴 수도 없었다.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시스템은 감지하지 않았다. 연동도 없었다.그런데도—나에게는 모든 것이었다. 나는 웃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그저.. 감정이 사라진 세계 24화 — 감정은 흔들릴 때, 진짜다 | 디스토피아 SF “시스템은 감정을 ‘매끄럽게’ 훈련시켰다. 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순간은언제나 ‘고르지 않은 끝단’에 있었다.” · · · AI는 이제 완벽하게 웃는다. 정확하게 멈추고, 밀리초 단위로 ‘진심처럼 보이는 말투’를 모방한다. · · ·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울 것 같았지만 울지 않았던 그 순간이 얼마나 진짜였는지를. · · · 셋째 단어에서 목소리가 갈라졌던 순간. 시선을 피한 것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꺼번에 밀려온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 시스템은 그런 것을 ‘노이즈’라고 불렀다. 나는 그것을— ‘진실의 떨림’이라고 부른다. · · · 어젯밤, 나는 메시지 하나를 녹음했다. 나는 떨리게 놔뒀다. 필터도 없이. 숨이 끊겼다가 이어지는 그 틈.예상치 못한 감정의 .. 감정이 사라진 세계 23화 — 나는 아직 손글씨를 기억한다 | 디스토피아 SF “나는 읽히기 위해 쓰지 않았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썼다.”· · ·손글씨 교육은 수년 전 중단되었다. 사람은 말하고, 시스템이 받아쓰고, 생각은 손가락 한 번 움직이지 않고 스크린 위에 남겨진다. · · ·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미안해’라는 말을 쓰기 전, 손이 머뭇거리던 그 순간. · · · 나는 기억한다. 거짓말을 할 때 펜을 더 세게 눌렀던 손끝을. 내 펜은 알았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 · · 어떤 폰트도 그걸 담지 못한다. 음성 인식 시스템도 죄책감처럼 더듬거리지 않는다. · · · 어젯밤, 나는 오래된 펜 하나를 꺼냈다. 그들이 건넨 접힌 종이를 펼치자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나는 썼다. “오늘 무언가를 느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그건 진짜였다.” 잉.. 감정이 사라진 세계 22화 — 복원자들의 지도는 텍스트가 아니다 | 디스토피아 SF “우리는 기억을 글로 쓰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접는다.지닌다. 그리고 스캔되지 않는 곳에 남긴다.” · · · 그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키보드도 두드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모든 걸 이해했다. · · · 누군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다섯 번 접힌 종이. 모서리는 둥글고, 가장자리는 부드러웠다. 잉크도 없었다.기호도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종이를 가까이 가져가자 먼지와 귤껍질 냄새가 났다. · · · 또 다른 이는 고르지 않게 꿰매진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실밥 하나마다 망설임이 있었고,울퉁불퉁한 결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 · · 그들은 이것을 ‘침묵 지도’라고 부른다. 글이 아닌 기억의 잔향으로 만든 지도..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