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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일반소설

아버지의 파스타 가게를 바꾸고 싶었다 | 루카네의 리듬 1/5 · 아버지와 아들의 성장소설

A teenage son cooks pasta in the foreground of a small, warmly lit family restaurant while his father works quietly behind him. The image represents “Lucane’s Rhythm” Part 1, a coming-of-age story about a son trying to change his father’s old pasta shop and gradually finding his own place in the kitchen.

 

《루카네의 리듬》은 아버지의 작은 파스타 가게에서 시작되는 5편의 성장소설입니다.
변화를 원하는 열일곱 살 아들 이안과, 자기 방식으로 주방을 지켜온 아버지 루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리듬이 어떻게 하나의 맛이 되어가는지를 따라갑니다.

 

아버지의 파스타 가게를 바꾸고 싶었다
《루카네의 리듬》 1/5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도 루카네의 여섯 개 테이블은 모두 비어 있었다. 뉴저지 외곽의 작은 상업지구. 세탁소와 약국 사이에 끼어 있는 파스타 가게의 간판에는 LUCANE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몇 해 동안 비와 눈을 맞은 탓인지 오른쪽 모서리의 페인트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었다. 문에는 OPEN 팻말이 걸려 있었다. 햇빛도 좋았다.
날씨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손님이 없었다. 주방에서는 칼질 소리만 들렸다.
탁.
탁.
탁.

 

루카는 토마토 껍질을 벗긴 뒤 씨를 걷어내고 있었다. 동작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늘 같은 자리에서, 늘 같은 각도로 칼이 내려왔다. 열일곱 살 이안은 그 맞은편에서 파스타 반죽을 밀고 있었다. 가게에 오래 온 손님들은 대부분 그를 이름보다 ‘루카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요즘 들어 그 말이 조금 답답했다.

 

이안은 반죽을 한 번 더 밀다가 창밖을 보았다. 맞은편 버거 가게에는 학생들이 몇 명 앉아 있었다. 창문에는 이번 주 신메뉴를 알리는 커다란 사진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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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칼질이 멈추지 않았다.
“왜.”
“오늘 알리오 올리오 말고 다른 거 해보면 안 돼요?”
“뭐.”
“트러플.”
그제야 칼질 소리가 멈췄다. 루카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토마토를 한쪽으로 밀었다.
“우린 그런 가게 아니다.”
이안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왜요?”
“뭐가 왜.”
“트러플 쓴다고 가게가 다른 가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루카가 다시 칼을 잡았다.
“오일 붓는다고 새 요리 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영상도 잘 나오고.”
“영상 먹으러 오냐?”
이안은 반죽 밀대를 내려놓았다.
“일단 와야 먹든 말든 하죠.”
루카의 칼이 다시 움직였다.
탁.
탁.
“손님이 원하는 게 다 정답이면 셰프는 왜 있어.”

 

화가 섞인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게 오히려 이안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화를 내면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누가 밀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은 거예요.”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은 시선을 돌렸다. 주방 한쪽 선반에는 이탈리아산 토마토 캔과 올리브오일 병이 줄지어 있었다. 아래 칸에는 된장 유리병과 고춧가루 통이 다른 재료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이안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때 가게 문 위의 종이 울렸다.
딸랑.
“오.”
익숙한 목소리였다. 리오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였다.
“이안.”
이안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뭐야. 밥 먹으러 왔어?”
“그럴까 했는데.”
리오는 가게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빈 테이블.
벽에 걸린 오래된 메뉴판.
창가의 작은 화분.
카운터 위에 놓인 손때 묻은 와인 코르크 바구니.
“근데 여기 진짜 그대로다.”
리오가 웃었다. 악의가 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뭐가?”
“그냥. 초등학교 때 너 따라왔을 때랑 똑같은데?”
“메뉴 조금 바뀌었어.”
“뭐가?”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리오는 메뉴판을 펼쳤다가 다시 접었다.
“알리오 올리오, 볼로네제, 라자냐…….”
그러다 주방 쪽을 보았다.
“아저씨, 신메뉴 같은 거 안 해요?”
루카는 토마토를 손질하면서 대답했다.
“배고프면 먹어.”
리오가 웃었다.
“아, 괜찮아요. 오늘은 별로 안 고파서.”
그리고 이안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올게.”
“야.”
“왜?”
“아니야.”
리오는 문을 열고 나갔다. 종이 다시 울렸다.

 

이안은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
탁.
다시 칼질 소리가 들렸다.
“봤죠?”
“뭘.”
“저게 요즘 애들이라고요.”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빠는 손님이 안 와도 괜찮아요?”
이번에는 칼이 잠깐 멈췄다.
“안 괜찮지.”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안이 아버지를 봤다. 루카는 손질한 토마토를 통에 담았다.
“그럼 좀 바꿔야죠.”
“바꾼다고 다 남는 건 아니야.”
루카가 뚜껑을 닫았다. 잠시 뒤 별일 아니라는 듯 덧붙였다.
“다시 오는 사람은 메뉴만 보고 오는 게 아니다.”
이안은 더 묻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시 오는 사람보다 처음 오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그날 저녁, 이안은 방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리오가 사진을 하나 올렸다. 낮에 찍은 루카네 간판이었다. 모서리가 벗겨진 LUCANE 글자가 그대로 보였다. 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아직도 옛날 방식 고집하는 곳. 진짜 안 변함ㅋㅋ
위치 태그는 루카네였다.

 

이안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리오를 욕하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올라온 것은 다른 감정이었다. 부끄러움이었다.
낡은 간판이 부끄러웠다.
빈 테이블도.
오래된 메뉴판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보면서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바꿔보지 못했던 자신이 싫었다.

 

댓글이 두 개 달렸다.
여기 아직 있음?
ㅋㅋㅋ 네 친구네 가게 아님?
이안은 화면을 껐다. 몇 초 뒤 다시 켰다. 게시물을 또 봤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주방 불이 켜져 있었다. 루카는 커다란 냄비에 소스를 끓이고 있었다. 이안이 찬장을 하나 열었다. 없었다. 다른 찬장을 열었다.
“뭐 찾냐.”
“트러플 오일.”
루카의 손이 멈췄다. 이안은 아버지를 보지 않은 채 다시 찬장을 열었다.
“제가 살게요. 없으면.”
루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루카가 이안의 옆으로 와 손을 뻗었다. 맨 위 칸. 이안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작은 갈색 병 하나를 꺼냈다. 트러플 오일이었다. 이안은 병과 아버지를 번갈아 봤다.
“있었어요?”
“응.”
“왜 말 안 했어요?”
“안 물어봤잖아.”
루카가 병을 내밀었다. 이안은 바로 받지 못하고 잠깐 바라봤다.
“써도 돼요?”
“네가 한다며.”
그제야 이안이 병을 받았다. 차갑고 작은 유리병이었다. 루카는 이미 냄비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 이안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게로 왔다. 가방을 카운터 밑에 놓고 앞치마부터 둘렀다. 루카는 평소처럼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이안은 트러플 오일 병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향이 먼저 올라왔다. 생각보다 강했다.
“와.”
루카가 힐끗 봤다.
“많이 쓰지 마.”
이안이 웃었다.
“아직 안 넣었는데요.”
“향부터 세잖아.”

 

이안은 팬을 올렸다.
올리브오일.
마늘.
얇게 썬 버섯.
불을 조금 줄이고 면을 넣었다. 처음부터 완성된 조합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상을 몇 개 찾아보고 적어둔 것들을 자기 식으로 조금 바꿔본 정도였다.

 

트러플 오일 병을 들었다. 손이 잠깐 멈췄다.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루카는 옆에서 반죽을 자르고 있었다. 묻고 싶지 않았다. 이안은 병을 기울였다. 루카가 말했다.
“세.”
“뭐가요?”
“오일.”
“조금 넣었어요.”
“네 코가 익숙해진 거야.”
이안은 팬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확실히 향이 강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루카가 팬을 봤다. 몇 초쯤.
“산미 조금.”
“레몬?”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만 주방 한쪽의 레몬 바구니를 가리켰다. 이안이 레몬 껍질을 조금 갈았다. 다시 맛을 봤다. 처음보다 나았다. 아버지가 옳았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때 문 위의 종이 울렸다. 혼자 온 손님이었다. 이안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낮에는 가끔 이런 손님이 있었다. 근처를 지나가다 들어온 사람들. 손님은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한동안 봤다. 이안이 물을 가져다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은 메뉴판에서 눈을 떼고 주방 쪽을 보았다.
“지금 만드는 건 뭐예요?”
이안도 주방을 돌아봤다. 팬에는 아직 자신의 파스타가 있었다.
“아…… 아직 메뉴에는 없는 건데요.”
“그럼 그거 먹어도 돼요?”
이안이 멈칫했다.
“이거요?”
손님이 웃었다.
“안 되는 거면 메뉴에서 고를게요.”

 

이안은 루카를 봤다. 루카는 반죽을 자르고 있었다. 분명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만요.”
이안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도 돼요?”
루카가 말했다.
“네가 만든 거잖아.”
“아직 완성된 거 아닌데.”
“그러니까 네가 정해.”
이안은 잠깐 서 있었다. 그리고 새 팬을 꺼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천천히 했다. 마늘이 너무 익지 않도록 불을 낮췄다. 버섯의 수분을 충분히 날리고 면수를 조금 넣어 팬을 흔들었다. 트러플 오일은 처음의 절반만 넣었다.
레몬 껍질.
마지막에 파르미지아노.
접시를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루카가 쓰는 흰 접시 대신 가장자리 색이 조금 어두운 접시를 꺼냈다.

 

음식을 올려놓고 한동안 바라봤다.
“왜.”
루카가 물었다.
“사진 찍으려고요.”
이안은 휴대폰을 꺼냈다. 접시를 창가 쪽으로 옮겼다.
한 장.
조금 돌려서 또 한 장.
짧은 영상도 찍었다.
“식는다.”
“알아요.”

 

이안은 접시를 손님에게 가져갔다.
“아직 메뉴에는 없는 거예요.”
“제가 첫 손님이네요?”
“그런 셈이죠.”
그 말을 하고 나니 갑자기 긴장됐다. 이안은 카운터 안으로 돌아가면서도 자꾸 창가 쪽을 봤다.

 

손님이 포크를 들었다.
한입.
멈췄다.
이안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두입째.
이번에는 손님이 접시를 자세히 봤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계속 먹었다.

 

루카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토마토를 썰고 있었다.
“왜 안 봐요?”
이안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뭘.”
“먹고 있잖아요.”
“내가 보면 맛이 달라지냐.”
이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뒤 손님이 계산하러 왔다.
“맛있었어요.”
“진짜요?”
손님이 웃었다.
“진짜 아니면 말 안 했겠죠.”
“어떤 게 제일 괜찮았어요?”
질문이 너무 빨리 튀어나왔다. 루카가 뒤에서 이안을 한번 봤다. 손님은 잠시 생각했다.
“향은 강한데 끝에는 생각보다 가볍네요.”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손님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이안은 창가의 빈 접시를 바라봤다. 거의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접시 치워.”
“네.”
이안은 빈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싱크대에 놓기 전에 한 번 더 봤다.

 

그날 밤 이안은 낮에 찍은 영상을 편집했다. 예전에는 가게 음식을 찍어도 완성된 접시만 찍었다. 이번 영상에는 자기 손이 조금 들어가 있었다.
팬을 흔드는 손.
레몬 껍질을 가는 손.
접시를 돌리는 손.
얼굴은 없었다.

 

이안은 영상을 두 번 봤다. 자막을 넣을까 하다가 지웠다. 음악도 넣지 않았다. 제목만 적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아빠의 레시피가 아닌 요리.
업로드.

 

처음 한 시간 동안 좋아요는 세 개였다. 친구 둘과 모르는 사람 하나. 이안은 새로고침을 했다. 변화 없음. 다시 했다. 그대로.
“뭐, 그렇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십 분 뒤 다시 들었다. 좋아요 네 개. 이안은 피식 웃었다. 자기가 우스웠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척 올려놓고 누구보다 열심히 숫자를 보고 있었다.

 

그날 자정 무렵에는 좋아요가 열일곱 개가 되어 있었다. 대단한 숫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댓글 하나가 달렸다.
여기 어디예요?
이안은 위치 태그를 넣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루카네를 추가했다. 그리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진동 때문에 눈을 떴다. 알림이 평소보다 많았다. 이안은 반쯤 감긴 눈으로 화면을 열었다. 누군가 자신을 태그했다. 처음 보는 계정이었다. 그런데 프로필 사진을 보자 어제 창가에 앉았던 손님이 떠올랐다.

 

지역 식당을 소개하는 음식 계정이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지만 뉴저지와 뉴욕 근교의 작은 식당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계정이었다. 어제 먹었던 접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짧은 글도 있었다.
우연히 들어간 오래된 파스타집에서 메뉴에 없는 접시를 먹었다.
트러플 향을 앞세우지만 끝맛은 의외로 가볍다.
아직 다듬을 부분은 있어 보이지만, 이 가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접시였다.
만든 사람은 열일곱 살 아들이라고 했다.

 

이안은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열일곱 살 아들.
자기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게시물 아래에는 댓글이 몇십 개 붙어 있었다.
여기 집 근처인데 한번 가봐야겠네요.
저 접시 실제 메뉴인가요?
주말에도 하나요?

 

이안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카운터에서 전화를 받았다.
“네, 루카네입니다.”
잠시 듣더니 주방 쪽을 봤다.
“트러플 파스타요?”
이안이 멈췄다. 어머니가 손으로 수화기를 가렸다.
“그거 메뉴에 있어?”
“아직 없는데.”
“그럼 뭐라고 해?”
이안은 루카를 봤다. 루카는 토마토를 자르고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자리였다.
탁.
탁.
탁.
“오늘은 할 수 있다고 해요.”
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네. 오늘은 가능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한 통이 왔다. 그날 아침 예약 문의는 몇 건 더 들어왔다.
가게가 갑자기 유명해진 것도 아니었다.
줄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여섯 개 테이블이 한꺼번에 찬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오늘 저녁에는 어제보다 몇 명이 더 올 예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안에게는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루카에게 보여줬다.
“어제 그 손님이 이 계정 하는 사람이었어요.”
루카가 화면을 한번 봤다.
“그래.”
“댓글 봐요. 먹으러 온대요.”
“그러네.”
“이게 끝이에요?”
루카가 이안을 보았다.
“뭐가.”
“아니…….”
이안은 말을 삼켰다.

 

아버지에게 무엇을 듣고 싶었던 것인지 갑자기 분명해졌다.
잘했다.
네 생각이 맞았다.
한번 해보길 잘했다.
그런 말이었다.

 

하지만 루카는 다시 도마를 향했다. 이안도 괜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루카가 토마토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그러다 말했다.
“오늘도 할 거냐.”
이안이 아버지를 봤다.
“네.”
“어제보다 오일 줄여.”
“알아요.”
“레몬도.”
“알고 있어요.”

 

루카가 칼을 내려놓았다. 잠시 뒤 선반에서 어제 이안이 골랐던 가장자리 어두운 접시를 꺼냈다. 그 접시를 이안 앞에 놓았다.
“이걸로 해.”
이안은 접시를 내려다봤다. 루카는 이미 다음 토마토를 집고 있었다.
“아빠.”
“왜.”
이안은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아니에요.”
루카의 칼이 다시 도마 위에 놓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접시, 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