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잘되자 친구의 표정이 달라졌다
《루카네의 리듬》 2/5
월요일 아침, 학교 복도에서 처음 말을 거는 아이가 이안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안.”
이안은 자기 뒤에 다른 이안이 있나 싶어 돌아봤다. 옆 반 학생이었다. 얼굴은 본 적 있었지만 말을 나눈 적은 없었다.
“너 그 파스타 만든 애 맞지?”
“어?”
“트러플 들어간 거. 그 음식 계정에 올라온 거.”
학생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며칠 전 루카네에 왔던 손님이 올린 게시물이었다. 좋아요 수는 이안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늘어 있었다.
“네가 만든 거라며?”
“응.”
입에서 대답이 나오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설명하는 말에는 늘 ‘루카네 아들’이 먼저 붙었다. 그런데 오늘은 파스타 하나가 자기보다 먼저 학교에 와 있었다.
“맛있어 보이던데.”
“고마워.”
“진짜 메뉴로 팔아?”
“지금은 해달라고 하면 해.”
“나중에 먹으러 갈게.”
학생이 손을 흔들고 지나갔다. 이안은 몇 걸음 걷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게시물을 다시 열었다. 댓글이 조금 더 늘었다.
이번 주말에 가볼까?
열일곱 살이 만들었다는 게 진짜임?
사진 괜찮다.
이안은 화면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좋아요 숫자가 하나 늘었다.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점심시간에는 리오가 먼저 이안을 불렀다.
“야.”
평소 같으면 이안이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아무 말이나 했을 사람이었다. 그날은 조금 달랐다. 리오는 맞은편 의자를 발로 빼주고 물병의 라벨을 만지작거렸다.
“너 요즘 잘 나가더라.”
“뭐가.”
“뭐긴 뭐야. 파스타.”
이안이 자리에 앉았다.
“봤어?”
“안 보려고 해도 보이던데.”
리오가 웃었다.
“그거 진짜 네가 만든 거야?”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응.”
“레시피 같은 거. 아저씨 거 아니고?”
이안은 잠깐 말을 멈췄다. 며칠 전 루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접시, 네 거야.
“내가 만든 거야.”
이번에는 조금 분명하게 말했다. 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짧은 대답이었다. 손가락은 계속 물병 라벨을 뜯고 있었다.
“잘됐네.”
“응.”
“사람 좀 와?”
“전보다.”
“많이?”
“많이는 아니고. 몇 팀 더.”
“그래도 좋겠다.”
리오가 웃었다.
“갑자기 유명해지고.”
“유명한 건 아니야.”
“아니긴.”
잠시 뒤 리오가 물었다.
“그럼 이제 나도 예약해야 돼?”
이안이 웃었다.
“뭔 예약이야. 그냥 와.”
“친구 할인도 해주냐?”
“아빠한테 물어봐.”
“에이. 네 메뉴라며.”
주변에 있던 아이 둘이 웃었다. 이안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지막 말이 조금 걸렸다.
네 메뉴라며.
칭찬 같기도 했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리오는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안은 물을 마셨다.
며칠 동안은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았다. 복도에서 사람들이 먼저 인사했다.
“이번에 루카네 갈 건데 네가 있을 때 가야 돼?”
“아마 오후에는 있을 거야.”
“트러플 진짜 네가 해주는 거지?”
“내가 있으면.”
누군가는 이안을 태그했다.
우리 학교에 셰프 있었네ㅋㅋ
다른 누군가는 이안이 올린 접시 사진을 자기 스토리에 공유했다. 이안은 그런 글을 발견할 때마다 안 보려다가 결국 눌러봤다. 자기 이름이 있었다. 가게 이름도 있었다. 자기가 만든 접시가 다른 사람의 화면으로 넘어가 있었다.
그날 오후에는 학교에서 몇 번 본 학생 둘이 루카네에 찾아왔다.
“이안.”
한 명이 문을 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그거 해줘. 트러플.”
이안은 자기도 모르게 루카 쪽을 봤다. 루카는 토마토를 손질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이 앞치마를 고쳐 맸다.
“앉아 있어.”
팬을 올렸다. 마늘과 버섯을 볶고 면을 넣었다. 트러플 오일은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적게 썼다. 루카가 옆을 지나며 팬을 한번 봤다. 그뿐이었다.
접시를 내자 친구들은 포크보다 휴대폰을 먼저 들었다.
“잠깐, 먹지 마.”
“왜?”
“사진.”
각도를 바꾸고, 짧은 영상을 찍고, 이안의 계정을 태그했다. 한 명이 첫 입을 먹었다.
“야.”
다른 친구가 쳐다봤다.
“맛있다.”
그 말에 이안의 어깨가 조금 펴졌다.
“당연하지.”
입에서 말이 먼저 나갔다. 친구들이 웃었다.
“뭐야. 벌써 셰프 다 됐네.”
이안도 웃었다. 그날 저녁 그는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누군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자랑하고 있다는 느낌. 싫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그런데 같은 말들이 조금씩 다른 표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셰프.”
복도에서 누군가 불렀다.
“왜.”
“이번 주말에 가면 서비스 뭐 줌?”
“없어.”
“에이. 유명해졌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웃었다.
“잘 보여야겠다. 나중에 예약 못 하는 거 아냐?”
이안도 웃는 표정을 만들었다. 교실에 들어오자 웃음은 바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한 것인지, 파스타를 만든 사람에게 친절한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리오가 늦게 들어왔다. 이안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런데 리오는 다른 친구 옆에 앉았다.
“여기 앉지.”
이안이 말했다. 리오는 빈 의자를 한번 봤다.
“아, 그냥 여기 앉을게.”
“그래.”
별것 아닌 일이었다. 그런데 이안은 밥을 먹는 동안 그 빈 의자를 몇 번이나 봤다.
그날 오후, 리오와 복도에서 다시 마주쳤다. 리오는 친구 둘과 함께였다. 한 명이 이안을 보자 물었다.
“야, 그 파스타 진짜 네가 혼자 만든 거야?”
“응.”
“아버지가 안 도와주고?”
“왜?”
“아니. 열일곱 살이 만들었다니까 좀 신기해서.”
다른 아이가 끼어들었다.
“레시피는 아버지 거 아냐?”
“아니야.”
“그럼 인터넷 보고?”
이안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해졌다.
“내가 만든 거라니까.”
“야, 왜 화내.”
친구가 손을 들었다.
“그냥 물어본 건데.”
리오는 옆에 서 있었다. 이안은 리오를 봤다. 눈이 마주쳤다. 리오는 무슨 말을 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가자.”
세 사람이 지나갔다. 이안은 그대로 서 있었다. 리오가 자신을 비웃은 것은 아니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저녁에 루카네로 돌아왔을 때 이안은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루카는 알아차린 것 같았지만 묻지 않았다. 이안은 파스타 반죽을 밀었다.
한 번.
접고.
다시 밀었다.
“너무 얇은데.”
루카가 말했다. 이안이 손을 멈췄다.
“네?”
루카가 반죽을 가리켰다. 이안은 그제야 자기가 평소보다 훨씬 얇게 밀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새 반죽을 꺼냈다. 루카는 더 묻지 않았다.
잠시 뒤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받았다.
“네, 루카네입니다.”
이안은 자기도 모르게 전화 쪽을 봤다.
“네. 트러플 파스타 가능합니다.”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아직도 그 메뉴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학교에서 들었던 말들이 잠깐 희미해졌다. 이안은 팬을 닦았다.
“제가 할게요.”
루카가 말했다.
“해.”
그 한마디에 다시 기분이 나아졌다. 이안은 팬을 올렸다.
밤이 되자 휴대폰 화면에는 또 다른 말들이 나타났다.
오늘 먹고 왔는데 맛있었음.
그 아래 답글.
걔가 직접 함?
또 하나.
아버지가 거의 다 하는 거 아님?
이안의 손가락이 멈췄다.
영상 보면 손만 나오는데 뭘 어떻게 앎ㅋㅋ
마지막 댓글은 더 오래 남았다.
부모 가게에서 레시피 조금 바꾸면 셰프 되는구나.
이안은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건데요.
손가락이 멈췄다. 지웠다. 다시 썼다.
먹어보고 말하세요.
그것도 지웠다.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졌다. 잠시 뒤 다시 집었다. 새 알림이 있었다. 학교 학생이 올린 루카네 간판 사진이었다. 댓글 하나가 달려 있었다.
리오랑 친하다던데. 처음부터 친구들이 띄워준 거 아님?
이안은 화면을 찡그렸다. 사실이 아니었다. 리오는 트러플 파스타를 먹으러 온 적도 없었다. 며칠 전 가게에 잠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간 것이 전부였다.
이안은 리오에게 메시지를 쓰려 했다.
너 이거 봤어?
몇 초 동안 화면을 보다가 전부 지웠다. 리오가 쓴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리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음 날 카페테리아에서 리오가 먼저 다가왔다.
“야.”
“왜.”
“어제 그거 봤냐?”
이안은 바로 알아들었다.
“봤어.”
“내가 한 말 아니야.”
“알아.”
“진짜.”
“안다고.”
이안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갑게 나갔다. 리오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됐네.”
“뭐가.”
“네가 안다며.”
이안은 잠깐 망설였다.
“근데 왜 애들이 그런 말을 하는데?”
리오가 이안을 봤다.
“내가 어떻게 알아.”
“너랑 친하다고 하잖아.”
“우리가 친한 건 맞잖아.”
“요즘도?”
말이 나가고 나서 둘 다 조용해졌다. 리오의 표정이 달라졌다.
“뭐야, 그건.”
“아니.”
“너 요즘 좀 이상하다.”
이안이 헛웃음을 쳤다.
“내가?”
“응.”
리오는 목소리를 낮췄다.
“갑자기 다 너 쳐다보고, 너한테 말 걸고. 너도 계속 그거 보고 있잖아.”
“뭘.”
“댓글이든 조회수든.”
“그래서?”
“아니, 그냥…….”
리오는 물병을 만지작거렸다.
“전에는 안 그랬으니까.”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질투처럼 들렸다가, 서운함처럼 들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너도 전이랑 달라.”
리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래.”
그가 쟁반을 들었다.
“그럼 됐네.”
리오는 다른 자리로 옮겼다. 이안은 붙잡지 않았다.
그날 이후 이안은 사람들의 얼굴을 너무 많이 보게 되었다. 복도를 걷다가 웃는 소리가 들리면 자기 이야기인지 확인했다. 누군가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교실에 들어갔을 때 대화가 끊기면 조금 전까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대부분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휴대폰도 비슷했다. 알림이 울리면 먼저 기대했다. 좋은 댓글일 수도 있었다. 예약 문의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 자기 영상을 공유했다는 알림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화면을 여는 순간에는 가슴 한쪽이 먼저 긴장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일까.
며칠 전에는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숫자가 올라갈수록 누가 보고 있는지가 신경 쓰였다.
그날 밤 이안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알림이 하나 왔다. 열지 않았다. 조금 뒤 또 하나. 화면 위에 두 개의 알림이 겹쳤다. 이안은 휴대폰을 뒤집었다.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집었다.
첫 번째는 평범한 댓글이었다.
다음 주에도 트러플 해요?
두 번째는 모르는 계정이었다.
진짜 네가 만든 거 맞음?
이안은 화면을 껐다. 잠시 뒤 설정을 열었다.
알림.
SNS.
알림 허용.
손가락이 스위치 위에 멈췄다. 며칠 전까지 이 소리가 좋았다. 누군가 자신을 봤다는 뜻이었으니까.
스위치를 눌렀다. 화면이 조용해졌다. 휴대폰을 뒤집어 침대 옆에 놓았다. 불을 껐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소리는 사라졌는데 문장들은 남아 있었다.
진짜 네가 만든 거야?
아버지가 도와준 거 아냐?
너 요즘 좀 이상하다.
한참 뒤 다른 소리가 들렸다.
탁.
잠시 후 다시.
탁.
탁.
이안은 눈을 떴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칼질 소리였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웠다. 이안은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가게 불은 꺼져 있었고, 주방 위의 작은 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루카가 혼자 도마 앞에 서 있었다. 양파를 썰고 있었다.
탁.
탁.
탁.
“아빠.”
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왜 안 자.”
“아빠는 왜 안 자요?”
루카는 다시 칼을 움직였다.
“할 게 있어서.”
이안은 주방 입구에 기대어 있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
“왜.”
“아빠도 그런 거 봐요?”
칼이 한 번 내려갔다.
“뭐.”
“댓글 같은 거.”
루카는 양파를 한쪽으로 밀었다.
“봤다.”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다 봤어요?”
“몇 개.”
“근데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
루카는 새 양파를 꺼냈다.
“뭐라고 해.”
“화 안 나요?”
칼이 다시 내려갔다.
탁.
“나한테 한 말도 아닌데.”
“저한테 한 거잖아요.”
“그래.”
“전 화나는데.”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이 한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계속 생각나요.”
루카는 양파 껍질을 벗겼다.
“그런 날 있지.”
“아빠도요?”
“응.”
이안은 아버지가 더 말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루카는 칼을 들었다.
탁.
탁.
“그래서 이 시간까지 이거 하는 거예요?”
루카가 말했다.
“마음이 시끄러우면 손을 움직이는 게 낫더라.”
그리고 다시 양파를 썰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안은 잠시 서 있다가 빈 의자 하나를 끌어왔다. 도마 맞은편에 앉았다. 루카가 마늘 한 통을 이안 쪽으로 밀었다.
“이거 까.”
“저 자러 내려온 건데요.”
“그럼 올라가.”
이안은 마늘 하나를 집었다. 껍질을 벗겼다. 또 하나. 루카는 아무 말 없이 양파를 썰었다.
탁.
탁.
탁.
이안은 휴대폰을 가지러 올라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