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 난 갈치는 왜 싸질까?
마트에서 갈치를 살 때 우리는 대개 가장 깨끗한 것을 고른다. 은빛이 반짝이고, 표면이 매끈하고, 토막 크기가 가지런한 갈치다. 보기 좋은 갈치는 상품가치도 높고, 그 보기 좋은 상태에는 자연스럽게 가격이 붙는다.
그런데 선물할 갈치가 아니라 내가 집에서 구워 먹을 갈치라면 어떨까. 표면에 조금 상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내려간 갈치라면, 우리는 정말 그 반짝이는 외관에까지 돈을 지불해야 할까?
이번에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파갈치 한 짝을 여러 사람이 나누고, 다시 먹을 용도에 따라 나누면 식재료의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번 계산해보려 한다.
1. 삼촌의 계산 ― 갈치를 싸게 먹는 다른 방법
삼촌: “야, 갈치 한번 알아볼까?”
조카: “갑자기 무슨 갈치?”
삼촌: “9월이잖아. 가을 들어가면서 갈치 시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번 볼 때가 됐지.”
조카: “갈치 금어기 끝나서 지금부터 싸지는 거 아니야?”
삼촌: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찾아보니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더라.”
갈치 금어기를 ‘7~8월 두 달이 지나고 9월 1일에 일제히 풀린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기존 갈치 금어기는 북위 33도 이북 해역에서 매년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적용되어 왔고, 2026년에는 근해연승 업종의 갈치 금어기를 2027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9월 1일 금어기 해제 → 며칠 뒤 갈치 최저가’ 같은 하나의 공식으로 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가격은 어획량과 입항량, 날씨, 씨알, 상품 상태, 명절 수요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citeturn421871search4turn421871search5
조카: “그럼 처음부터 계산이 틀렸네?”
삼촌: “날짜 계산은 틀렸지. 그런데 내가 궁금했던 건 그게 아니야.”
조카: “뭔데?”
삼촌: “갈치가 가장 싼 날짜를 맞히는 게 아니라, 같은 갈치를 우리가 왜 비싸게 사고 있었느냐는 거지.”
조카: “또 뭔 소리야?”
삼촌: “은갈치하고 먹갈치부터 생각해 봐.”
은갈치와 먹갈치는 국내 유통에서 서로 전혀 다른 생선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의 수산물 유통 실태조사에서는 제주 지역에서 채낚기나 근해연승으로 잡아 어획 과정의 손상이 적은 갈치를 통상 ‘은갈치’라 부르고, 목포·여수 등에서 안강망이나 대형트롤로 잡혀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낮아진 갈치를 통상 ‘먹갈치’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citeturn580331search21
조카: “그러니까 못생겨져서 싸질 수 있다는 거야?”
삼촌: “거칠게 말하면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거지. 물론 선도도 봐야 하고, 크기도 봐야 하고, 배가 터졌는지 상태도 봐야 해. 그런데 그물에서 좀 쓸렸다고 해서 그게 곧 살 맛까지 나쁘다는 뜻은 아니잖아.”
조카: “그래서 파갈치?”
삼촌: “그거지.”
‘파갈치’ 역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으로 쓰이는 공식 등급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판매처에 따라 그물 조업 과정에서 외관이 손상됐거나 배가 터졌거나, 크기와 모양 때문에 정상품에서 빠진 갈치를 가리키는 시장 용어로 쓰인다. 그러니 파갈치라면 무조건 싸고 맛은 정상품과 똑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던질 질문은 분명하다.
선물할 갈치가 아니라 내가 집에서 먹을 갈치라면, 나는 정말 반짝이는 외관에까지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삼촌: “난 그게 궁금한 거야.”
조카: “아, 이제 알겠다. 가장 싼 생선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하지 않은 가격을 빼보자는 거네.”
삼촌: “그렇지. 이제 말이 통하네.”
이번 계산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외관 때문에 상품가치가 낮아진 갈치를 큰 유통단위로 사고, 여러 사람이 나눈 뒤, 다시 먹을 용도에 따라 분류한다.
싼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만들어지는 순서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2. 문제는 ‘한 짝’이다
조카: “그래도 산지에서 그런 갈치 사려면 한두 마리 사는 건 아니잖아.”
삼촌: “그래서 한 짝을 보는 거야.”
목포수협에서 당일 경매된 먹갈치를 판매하는 현지 업체를 보면 현재도 약 18kg 전후 한 상자 단위 상품이 실제 유통되고 있다. 다만 같은 18kg이라도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는 씨알과 선별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한 상자의 윗부분과 안쪽에 담긴 갈치의 굵기가 다를 수도 있다. 가격 역시 당일 경매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18kg이면 몇 마리이고 얼마다’라는 숫자를 고정해서 생각하면 오히려 잘못 살 수 있다. citeturn580331search0turn580331search1
조카: “18kg? 삼촌 혼자 먹으려고?”
삼촌: “내가 갈치 고래냐?”
조카: “그럼 왜 한 짝을 사?”
삼촌: “셋이 나누면 되잖아.”
조카: “아.”
한 사람이 18kg을 사면 부담이다. 그런데 마음 맞는 이웃이나 가족 세 집이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계산이 달라진다. 한동안은 뭐든 소포장해서 각자 사는 데 익숙해졌지만, 어떤 식재료는 큰 단위로 들어오는 것을 다시 나누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한 상자를 나누는 일은 단순히 공동구매 할인만이 아니라, 식재료가 원래 유통되는 크기와 우리가 실제 먹는 크기 사이를 사람들이 다시 연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삼촌: “상품 상태 때문에 한 번 가격이 내려간 걸 고르고, 큰 단위로 한번 사고, 마지막에 우리가 작은 단위로 다시 나누는 거야.”
조카: “삼촌이 갈치 사면서 유통구조까지 뜯어보네.”
삼촌: “살기 위해 먹는데 계산은 해야지.”
다만 ‘한 상자니까 무조건 싸다’고 믿고 주문해서는 안 된다. 내가 실제로 산다면 목포 현지 판매처 두세 곳에 같은 날 연락해서 조건부터 맞춰볼 생각이다. 한 상자가 실제 몇 kg인지, 대략 어느 정도 굵기인지, 크기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기 전 원물 중량인지 손질 후 중량인지, 손질비와 택배비가 포함되는지를 먼저 묻는다.
특히 구이용을 원한다면 ‘몇 지짜리냐’라는 말 하나만 믿기보다 한 상자에 대략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 몸통 폭이 집에서 구워 먹기에 너무 얇지는 않은지, 큰 것과 작은 것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그 조건을 맞춘 뒤 kg당 가격과 한 집이 실제 부담할 금액을 계산하면 된다.
조카: “삼촌이 생선 사는데 엑셀까지 켤 것 같은데?”
삼촌: “계산기면 된다.”
3. 한 짝을 사면 먼저 ‘생선’이 아니라 ‘앞으로 먹을 음식’으로 나눈다
조카: “그래. 셋이서 샀다고 치자. 그래도 한 집에 꽤 많이 오잖아.”
삼촌: “그래서 나는 도착하자마자 먹는 법부터 고민하지 않을 거야. 먼저 나눌 거야.”
조카: “뭘?”
삼촌: “용도를.”
대량으로 산 갈치는 먼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배 안쪽의 핏물과 막을 정리한다. 생선 손질에 익숙하다면 칼로 빠르게 작업할 수 있겠지만, 미끄러운 생선에 칼 하나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몸통을 토막 낸 뒤 길게 이어진 지느러미는 주방 가위로 따라가며 정리하면 칼로 억지로 밀어내는 것보다 편하게 다룰 수 있다.
갈치의 은빛 표면도 하나 바로잡아둘 필요가 있다. 흔히 ‘은비늘’이라고 부르지만 갈치는 일반적인 의미의 비늘이 없는 물고기다. 몸을 덮은 은백색 물질에는 구아닌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것을 생선 비늘처럼 반드시 전부 긁어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리에 따라 표면을 정리하고 싶다면 살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손질하면 된다. citeturn421871search0
조카: “그럼 삼촌이 말하던 굵은소금으로 박박 문지르는 건?”
삼촌: “박박은 취소. 살까지 상하면 뭐 하러 그래.”
조카: “드디어 하나 취소했네.”
삼촌: “필요하면 가볍게 정리하는 거지. 요리는 종교가 아니야.”
냉동도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할 생각은 없다. 구이용으로 확실히 쓸 토막은 한 번 먹을 만큼 나누고 아주 가볍게 밑간해 냉동해 두면 나중에 바로 꺼내 굽기 편하다. 반면 국이나 조림, 아직 정하지 않은 응용 요리에 사용할 토막은 소금을 미리 넣지 않고 물기를 잘 제거해 소분해 두는 편이 나중에 간을 조절하기 쉽다.
즉, 갈치는 반드시 소금간해서 얼린다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먹을지에 따라 냉동 방법도 나눈다는 쪽이다.
조카: “결국 냉동실에서도 용도별로 주소가 생기는 거네.”
삼촌: “그래. ‘갈치’라고만 써서 얼려놓으면 몇 달 뒤에 냉동실 열고 이걸 왜 잘라놨는지부터 고민하게 되잖아.”
조카: “그러다가 내년에 발견하고.”
삼촌: “그게 제일 아깝지.”
큰 몸통, 작은 몸통, 얇은 꼬리 부위를 같은 가치로 억지로 맞출 필요도 없다. 부위의 값어치를 같게 만드는 대신, 용도를 다르게 만들어준다.
이게 한 짝을 사는 세 번째 계산이다.
4. 내가 한 짝을 사면 네 가지부터 해볼 생각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이번 글은 내가 파갈치 한 짝을 사서 아래 요리를 모두 만들어 먹은 뒤 쓰는 후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갈치를 한번 큰 단위로 사서 나눠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직접 전부 시험한 뒤 글을 쓰려다가는 독자가 실제 구매를 고민하고 사람을 모으는 데 필요한 시간이 지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내가 파갈치 한 짝을 산다면 어떻게 먹어볼 것인가에 대한 설계다.
첫 번째는 역시 구이다
굵은 몸통은 먼저 구워볼 생각이다. 새로운 요리라서가 아니라 가장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준이 된다.
팬이나 그릴 위에서 표면이 노릇해지고, 안쪽의 하얀 살이 결을 따라 갈라질 만큼 익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관은 조금 상했어도 살집과 식감이 만족스러운가. 그렇다면 파갈치를 선택한 계산이 성립한다.
삼촌: “첫날은 무조건 구워봐야지.”
조카: “실험 재료 검수?”
삼촌: “맞아. 구워서 별로면 뒤에 상상은 다 취소야.”
이건 꽤 중요한 원칙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맛까지 좋다고 미리 결론 내리지 않는다.
먹어보고 다음 계산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는 맑은 갈치국이다
그다음에 해보고 싶은 것은 맑은 갈치국이다. 갈치를 보면 빨간 양념의 조림부터 떠올리지만, 호박이나 배추 같은 채소를 넣어 맑게 끓이는 방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갈치는 오래전부터 구이와 조림뿐 아니라 지역에 따라 국으로도 먹어왔다. citeturn421871search3
나는 너무 커서 젓가락으로 다루기 불편한 토막보다는 국물 속에서 살을 조금씩 발라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보고 싶다. 맑은 국물 사이로 호박의 단맛이 나오고, 갈치 살을 한 점씩 떼어 밥과 먹으면 어떨까. 아직 먹어보지 않았으니 “기가 막힌다”고 적을 수는 없다.
다만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맛이다.
조카: “삼촌이 말한 갈비탕처럼 먹는 갈치국?”
삼촌: “그래. 살 발라먹는 재미가 비슷할까 싶어서.”
조카: “맛있을지는?”
삼촌: “먹어본 다음에 말해야지.”
조카: “오늘 삼촌 많이 달라졌는데?”
세 번째는 ‘먼저 익히고, 나중에 조리는 갈치’다
이건 중국의 갈치 요리에서 힌트를 얻었다.
중국의 홍사오 다이위(紅燒帶魚)에는 갈치 조각에 밀가루 등을 가볍게 묻혀 먼저 팬에서 익힌 뒤 간장, 소흥주, 설탕, 생강, 마늘, 파 등을 넣은 소스에 조리는 방식이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특정 양념비율이 아니라 살이 부드러운 생선의 표면을 먼저 잡고, 그다음 양념을 입힌다는 순서다. citeturn580331search4
삼촌: “나는 그 순서를 한번 가져와보고 싶은 거야.”
조카: “중국 음식을 그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삼촌: “아니. 기법을 빌리는 거지.”
갈치의 겉면을 가볍게 굽거나 튀겨 노릇한 막을 만든 뒤 우리 집 입맛에 맞는 간장 양념으로 짧게 조려본다. 잘된다면 하얀 속살과 짭조름한 양념, 한번 익힌 표면의 식감이 다른 종류의 갈치 반찬이 될 수 있다.
안 되면?
조카: “망한 거지.”
삼촌: “그래서 아직 ‘명품 갈치 장조림’ 같은 이름은 안 붙이는 거야.”
조카: “먹기도 전에 명품 붙이던 삼촌 어디 갔지?”
삼촌: “사라졌어.”
네 번째는 작은 갈치와 얇은 부위다
한 상자를 받았을 때 모든 갈치가 똑같이 굵지는 않을 수 있다. 실제 18kg 전후 먹갈치 상품도 윗부분과 안쪽의 굵기가 다르게 섞여 유통되는 사례가 있다. citeturn580331search1
그렇다면 작은 것은 굵은 갈치의 열등한 버전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예 다른 용도를 주면 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튀기거나 바삭하게 익힌 다음 간장 계열의 양념에 가볍게 버무려 밑반찬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잘된다면 윤기 나는 양념이 얇은 갈치 조각에 붙고, 밥 옆에 조금씩 집어 먹는 반찬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반드시 선을 하나 그어야 한다.
작게 자르고 오래 튀기면 갈치 뼈를 전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주 작은 어린 갈치의 가는 뼈와 성어 갈치의 중심뼈는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익힌 뒤 뼈의 단단함을 확인하고, 부담스럽다면 중심뼈를 제거하거나 살만 먹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조카: “그러니까 예전처럼 ‘가시 부담 제로!’ 이런 말은 안 하는 거네?”
삼촌: “사람 목에 가시 걸리면 네가 책임질 거야?”
조카: “갑자기 현실적이네.”
삼촌: “먹는 글은 현실적이어야 돼.”
5. 그런데 삼촌의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카: “구이, 국, 간장조림, 작은 갈치 볶음. 됐네. 한 상자 끝.”
삼촌: “누가 끝이래?”
조카: “또 있어?”
삼촌: “작은 갈치 튀김이 괜찮으면 춘장에도 넣어볼 거야.”
조카: “갈치 간짜장?”
삼촌: “하나는 바삭하게, 굵은 갈치 살은 따로 익혀서 마지막에 넣는 거지. 식감을 두 개로 가는 거야.”
조카: “삼촌.”
삼촌: “토마토 파스타도 괜찮을 것 같아. 관자 조금 넣고 방울토마토에 마늘 볶고—”
조카: “삼촌.”
삼촌: “왜?”
조카: “지금 갈치를 먹은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한 상자를 다 먹었어.”
삼촌: “요리는 원래 먹기 전에 한번 먹는 거야.”
조카: “일단 갈치부터 사.”
삼촌: “……그럴까?”
여기까지가 아직 갈치를 주문하지 않은 삼촌의 계산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파갈치 한 짝을 사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갈치를 알아보다 보니 이 생선이 우리 밥상에서 꽤 오래된 방식으로 살아왔고,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긴 생선을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고 있었다.
참고문헌이라고 이름 붙이면 이상하게 건너뛰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자 테두리에 치즈를 넣듯, 뒤쪽에도 먹을 것을 조금 넣어보기로 했다.
2부. 알아두면 더 맛있는 갈치 서재
― 갈치를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1. 『자산어보』의 갈치는 ‘군도어’가 아니라 ‘군대어’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갈치를 **군대어(裙帶魚)**라고 기록하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라고 적었다. 『역어유해』에서도 군대어라 하고 ‘갈티’라고 기록했으며, 갈치는 칼을 닮은 모양 때문에 칼치 또는 도어(刀魚)라고도 불렸다. citeturn421871search3
그런데 이번 글에서 더 눈길이 간 기록은 이름보다 먹는 방식이었다.
『난호어목지』에는 갈치를 소금에 절여 말려 서울로 보냈으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값도 싼 생선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갈치는 오늘날 백화점 선물세트 속에 놓이는 고급 생선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많이 잡혀 사람들이 널리 먹던 대중적인 생활 생선이기도 했다. citeturn421871search3
200여 년 전에도 누군가는 갈치를 멀리 보내기 위해 소금을 치고 말렸다. 오늘 우리는 아이스박스로 배송하고 냉동고에 나눠 넣는다.
방법은 바뀌었지만 질문은 이상할 만큼 비슷하다.
많이 잡히는 생선을 어떻게 오래 두고, 싸고, 맛있게 먹을 것인가.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2. 같은 갈치인데, 잡는 방식이 시장의 이름을 바꾼다
앞에서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를 짧게 설명했지만,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어느 쪽이 더 맛있느냐가 아니다.
잡는 방법이 시장에서 상품의 이름과 가치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낚시로 한 마리씩 올리면 표면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다. 그물로 대량 어획하면 서로 부딪치거나 그물에 쓸리면서 표면 손상이 생기기 쉽다. 같은 갈치라도 소비자가 보는 순간에는 ‘은갈치’와 ‘먹갈치’라는 서로 다른 상품 언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유통 실태조사도 어획 방식과 상품성 차이에 따라 이런 명칭이 통상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citeturn580331search21
그 은빛조차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늘’은 아니다. 갈치는 비늘이 없고 몸을 덮은 은백색 물질에는 구아닌이 포함되어 있다. citeturn421871search0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먹갈치가 은갈치보다 낫다는 결론도, 은갈치가 비싸니 손해라는 결론도 아니다. 낚시로 잡아 외형이 잘 보존된 생선에는 그만한 상품가치가 있다. 선물하거나 보기 좋은 한 상자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가치에 돈을 지불할 이유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구워 먹을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상품의 가치와 내가 필요한 가치는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파갈치라는 생각이 재미있어진 것도 그 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3. 국산과 수입산 갈치는 왜 맛이 다르게 느껴질까?
처음에는 나도 단순하게 생각했다.
“먹이가 달라서 맛이 다른 것 아닐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물고기의 풍미와 조직감에는 먹이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종, 서식 수온, 성장 환경, 크기, 지방량, 어획 시기, 잡힌 뒤 냉각과 냉동 방법, 유통 기간 등 많은 변수가 함께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국산 갈치가 맛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먹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현재 확인한 자료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주장이다.
수입산이라고 모두 국내에서 잡히는 갈치와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같은 조건의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결국 비교할 때는 ‘국산 대 수입산’이라는 한 줄 구분보다 실제 어종과 원산지, 냉동 여부와 유통상태까지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 질문은 당분간 질문으로 남겨두고 싶다.
같은 ‘갈치’라는 이름으로 팔려도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먹고 있는가?
종이 다른가. 잡힌 바다가 다른가. 먹이가 다른가. 크기와 지방량이 다른가. 아니면 잡힌 뒤 내 식탁까지 오는 시간이 다른가.
한 가지 원인으로 성급하게 끝내지 않고 그 좌표를 하나씩 나눠보면, ‘국산이니까 맛있다’거나 ‘수입산이라서 맛없다’는 말보다 조금 더 정확한 설명에 가까워질 수 있다.
4. 세계는 갈치와 갈치류를 어떻게 볼까?
세계의 갈치 요리를 찾을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영어의 ribbonfish, cutlassfish, scabbardfish 같은 이름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근연 갈치류까지 가리킬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긴 은빛 생선을 모두 우리가 먹는 국내 갈치와 같은 종이라고 묶어서는 안 된다.
내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 어느 나라가 ‘정통 갈치 요리’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었다.
비슷한 모양의 생선을 다른 문화는 어떤 조리 문제로 보고,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 차이가 재미있었다.
중국 ― 먼저 익히고 나중에 조린다
중국의 홍사오 다이위(紅燒帶魚)는 이번 글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갈치 조각을 먼저 팬에서 익힌 뒤 간장, 소흥주, 설탕과 향신 채소 등을 넣어 조리는 방식이다. citeturn580331search4
내가 가져오고 싶은 것은 중국 요리의 특정 양념 배합이 아니라 순서다.
먼저 표면을 익힌다 → 그다음 양념으로 조린다.
이 단순한 순서 하나가 내가 상상한 간장 갈치조림의 출발점이 됐다.
세계 음식을 보는 재미는 레시피를 그대로 복사하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같은 재료에서 무엇을 문제로 보고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 보는 것이다.
일본 ― 가장 단순하게 굽는다
일본에서는 타치우오(太刀魚)를 소금을 뿌려 굽는 시오야키로도 먹는다. 일본의 사이세이카이(済生会)가 소개한 식단에서도 타치우오를 손질해 소금을 뿌린 뒤 석쇠에 굽는 방법을 제시한다. citeturn515457search0
굉장히 새로운 요리법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갈치구이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다. 서로 다른 식문화가 결국 ‘좋은 생선이라면 먼저 소금 조금 뿌려 구워본다’는 가장 단순한 곳에서 만난다.
인도 ― 타마린드의 산미를 붙인다
인도 해산물수출개발기관(MPEDA)이 소개한 ribbon fish curry에는 코코넛과 생강, 마늘, 토마토, 향신료에 타마린드 주스가 들어간다. citeturn515457search2
여기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산미였다.
우리는 갈치를 간장이나 고춧가루, 무와 함께 조리는 맛에 익숙하지만 다른 식문화에서는 타마린드 같은 신맛을 생선에 붙인다.
그래서 처음 떠올렸던 토마토 갈치 파스타도 완전히 엉뚱한 방향만은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토마토 역시 산미가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조리 논리다.
실제로 맛있는지는 직접 만들어 먹어본 뒤에 말할 일이다.
시칠리아 ― ‘토막’이 아니라 ‘말 수 있는 긴 살’로 본다
시칠리아에서는 pesce spatola라 부르는 긴 갈치류를 전통적으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갈치와 무조건 동일한 종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 생선의 길고 얇은 필렛에 빵가루, 치즈, 파슬리, 레몬과 오렌지 향 등을 더한 뒤 돌돌 말아 굽는 요리가 있다. citeturn515457search1
여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맛보다 모양을 보는 방식이었다.
한국의 식탁에서 갈치는 대개 ‘토막’이다. 기다란 생선을 몸통 방향으로 잘라 구이나 조림 한 토막으로 본다.
그런데 시칠리아의 요리를 보면 같은 긴 몸이 **‘말 수 있는 얇은 필렛’**이 된다.
생선 모양은 비슷한데 요리사가 바라보는 좌표가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재료도 어디에서 자르고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5. 영양은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갈치는 굳이 ‘슈퍼푸드’라고 부르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의 갈치 성분 자료에는 가식부 100g당 단백질 18.5g, 지방 7.5g, 칼슘 46mg, 인 191mg, 철 1.0mg 등이 제시되어 있으며, 라이신을 비롯한 여러 필수아미노산도 함유되어 있다. citeturn421871search0turn421871search1
하지만 여기에서 멸치와 갈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음식’인지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멸치는 멸치대로 장점이 있고 갈치는 갈치대로 쓰임이 다르다.
내가 작은 갈치를 볶음이나 다른 반찬으로 이용해보고 싶은 이유도 멸치보다 영양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큰 갈치와 같은 방법으로 먹기에는 불편한 작은 갈치에게 다른 역할을 주면, 같은 한 상자 안에서 버려지는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글의 핵심은 영양성분의 우열보다 그쪽에 더 가깝다.
결국 우리가 사는 것은 생선일까, 상품의 모양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갈치 한 짝을 싸게 사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우리는 마트에서 이미 선별되고, 손질되고, 보기 좋게 정돈된 식재료를 산다. 그 과정은 편리하고 그 편리함에는 당연히 가격이 붙는다.
문제는 그 가격 속에 내게 필요한 가치와 필요하지 않은 가치가 함께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물하지 않을 생선이라면 표면의 작은 상처는 내게 얼마나 중요한가. 한두 토막만 사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한 상자를 나누면 가격 구조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굵은 부분과 작은 부분을 모두 같은 방법으로 먹으려 하지 않고 용도를 바꾸면 얼마나 덜 버리게 되는가. 냉동실에 넣기 전에 단순히 ‘갈치’로 나누지 않고 ‘앞으로 먹을 음식’으로 나누면 얼마나 제대로 끝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한 가지는 이번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혼자서는 부담스러운 한 상자가 세 집이 모이면 현실적인 식재료가 된다.
싸게 먹는 방법의 한가운데에 사람도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아직 ‘파갈치는 맛있다’가 아니다. 아직 내가 한 짝을 사서 전부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결론은 이것이다.
싸게 먹는다는 것은 가장 싼 것을 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하지 않은 가치에 돈을 쓰지 않고, 이미 산 식재료의 가치를 끝까지 사용하는 일일 수 있다.
조카: “그래서 진짜 살 거야?”
삼촌: “일단 목포에 전화해서 오늘 시세부터 물어볼까?”
조카: “몇 군데?”
삼촌: “세 군데.”
조카: “역시 갈치 사는데도 비교견적이네.”
삼촌: “살기 위해 먹는 게 원래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아직 갈치는 냉동실에 없다.
이번에는 먼저 생각했고, 먼저 나눠봤고, 머릿속에서 먼저 요리했다.
잘된다면 다음에는 정말 먹고 쓸 생각이다.
자료 확인 메모
- 갈치 금어기 및 2026년 근해연승 금어기 적용 유예: 해양수산부, 「과감한 어업규제 완화로 어업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citeturn421871search4
- 은갈치·먹갈치의 어획 방식과 유통상 상품성 차이: 해양수산부, 「2023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 citeturn580331search21
- 목포수협 경매 먹갈치 약 18kg 전후 원상자 유통 사례: 목포 현지 판매자료. citeturn580331search0turn580331search1
- 갈치의 은백색 표면과 영양성분: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 「갈치 ― 비늘 없는 물고기」 및 갈치 성분표. citeturn421871search0turn421871search1
- 『자산어보』의 군대어·갈치어 기록 및 『난호어목지』의 갈치 기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갈치」. citeturn421871search3
- 세계 갈치·갈치류 조리 사례: 중국 홍사오 다이위, 일본 타치우오 소금구이, 인도 Ribbon Fish Curry, 시칠리아 Involtini di pesce spatola 자료. citeturn580331search4turn515457search0turn515457search2turn515457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