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이 만든 내가 아니라, 나를 찍기 시작했다
《루카네의 리듬》 3/5 · 하
이안은 영상을 멈췄다.
삼각대를 뒤로 조금 밀었다.
화면이 넓어졌다. 도마와 손 위로 가슴과 어깨가 들어왔다.
조금 더 뒤로 밀었다.
이번에는 얼굴까지 보였다.
이안은 휴대폰 화면 속 자신을 바라봤다.
어색했다.
어깨가 괜히 굳었다. 입술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다.
녹화 버튼을 눌렀다.
몇 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껐다.
“미쳤나.”
혼잣말이 나왔다.
영상을 지우려고 했다.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서 멈췄다.
화면 속에는 주방 한가운데 서 있는 자기 얼굴이 있었다. 조금 피곤해 보였다. 머리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고 표정도 별로 없었다.
이안은 한동안 화면을 봤다.
그리고 삭제하지 않았다.
삼각대도 원래 자리로 돌려놓지 않았다.
다시 녹화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보지 않았다. 칼을 잡았다.
탁.
탁.
양파를 썰었다. 팬을 달구고 마늘을 넣었다. 면을 넣었다.
소스를 맛봤다.
조금 짰다.
물을 더 넣었다.
중간에 머리카락이 눈으로 내려왔다. 손목으로 대충 밀어 올렸다.
그 장면도 그대로 찍혔다.
접시를 완성한 뒤 카메라 앞으로 가져왔다. 화면 안에는 접시와 함께 자기 얼굴이 있었다.
이안은 잠깐 그것을 바라봤다.
녹화를 끝냈다.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편집할 것이 몇 군데 보였다.
손이 멈춘 부분.
간을 잘못 본 부분.
머리카락을 대충 밀어 올린 부분.
이안은 몇 번 화면을 잘랐다가 다시 되돌렸다.
결국 크게 손대지 않았다.
음악도 넣지 않았다. 자막도 없었다.
제목만 적었다.
이건 나를 위한 요리입니다.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
반응은 처음 트러플 영상을 올렸을 때와 달랐다. 조회수는 천천히 올라갔다. 댓글도 몇 개뿐이었다.
말은 없는데 계속 보게 되네요.
칼 소리가 좋다.
또 하나가 달렸다.
왠지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음.
이안은 그 댓글을 잠깐 봤다. 그리고 화면을 닫았다.
몇 분 뒤 다시 열었다. 조회수가 조금 늘어 있었다.
이안은 자기가 아직도 숫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날 저녁 리오에게 메시지가 왔다.
Yo.
잠시 뒤.
영상 봤어. 잘하더라.
이안은 화면만 보았다.
또 한 줄이 왔다.
근데 너 요즘 좀 변한 거 같아.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내가 뭐가 변했는데?
적었다.
지웠다.
다시 썼다.
너도 변했잖아.
그 문장도 지웠다.
빈 입력창만 남았다.
이안은 한동안 화면을 봤다. 그러다 휴대폰을 잠갔다.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며칠 뒤 영업이 끝난 밤이었다. 이안은 카운터에 앉아 새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루카는 밖에서 간판을 닦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낡은 LUCANE 글자가 보였다.
이안은 촬영한 장면 하나를 잘랐다.
또 하나를 잘랐다.
문이 열렸다. 루카가 행주를 들고 들어왔다.
“아직 안 가냐.”
“이것만 하고요.”
루카는 지나가다 화면을 한번 봤다.
이안이 또 한 장면을 지웠다.
“왜 자꾸 자르냐.”
“필요 없는 거니까요.”
“그래?”
“영상이라고 다 넣는 건 아니잖아요.”
루카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카메라도 칼처럼 써라.”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에요?”
루카는 행주를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남길 것만 남겨.”
그 말을 하고 다시 문 쪽으로 갔다.
이안은 편집 화면을 봤다. 삭제하려던 장면 하나가 멈춰 있었다.
소스를 맛본 뒤 얼굴을 찡그리는 자기 모습이었다.
이안은 잠깐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삭제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이안은 평소보다 일찍 루카네에 왔다. 아직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삼각대를 세웠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뒤로 물렸다.
휴대폰을 고정했다.
화면 가운데 자기 얼굴이 들어왔다.
이안은 화면을 보며 머리를 한번 만졌다. 손을 내렸다.
아버지에게 받은 칼을 도마 위에 놓았다.
처음 손에 쥐었을 때보다 덜 무거웠다.
녹화 버튼을 눌렀다.
빨간 점이 켜졌다.
이안은 카메라를 바라봤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셨다.
손이 녹화 버튼 쪽으로 갔다.
이번에는 누르지 않았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오늘은 요리 말고, 저도 조금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