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와 아들의 요리는 언제 하나의 리듬이 되었을까
《루카네의 리듬》 4/5 · 상
이안이 자기 얼굴을 넣은 영상을 올린 뒤, 루카네를 찾아오는 손님이 조금 달라졌다. 가게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여섯 개 테이블이 하루 종일 꽉 차는 일도 없었고, 문밖까지 줄이 늘어서지도 않았다.
다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평일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문 위의 종이 울렸다.
“여기 맞나요?”
이안이 반죽을 밀다 고개를 들었다. 젊은 여자가 혼자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 화면과 가게 안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루카네?”
“네.”
“영상에서 봤어요.”
이안은 앞치마에 묻은 밀가루를 한번 털었다.
“편한 데 앉으세요.”
여자는 주방이 잘 보이는 테이블을 골랐다. 메뉴판을 펼쳤다가 이안을 불렀다.
“그 영상에서 만든 파스타 있죠?”
“어떤 거요?”
“얼굴 나오던 영상.”
이안이 잠깐 웃었다.
“그날 그냥 해본 거라 똑같이는 안 돼요.”
“비슷하게라도요.”
“해볼게요.”
이안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루카는 파슬리를 다듬고 있었다.
“뭐 나갔어?”
“제 영상 보고 왔대요.”
“그래서.”
“그때 한 거 비슷하게 해달래요.”
“그럼 해.”
이안은 팬을 달궜다. 마늘을 넣고, 아버지에게 받은 칼로 버섯을 썰었다.
탁.
탁.
칼은 이제 처음처럼 손목을 잡아당기지 않았다. 옆에서는 루카의 칼이 움직였다.
탁탁.
탁.
두 소리는 달랐다. 이안은 자기 손을 계속 움직였다. 면수를 넣고 팬을 흔들었다.
그때 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네?”
“만드는 거 여기서 봐도 되죠?”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거기서요?”
“영상에서는 다 안 보이잖아요.”
이안은 루카를 봤다. 루카도 잠깐 이쪽을 봤다.
“괜찮죠?”
루카는 파슬리를 통에 넣었다.
“길만 안 막으면.”
여자가 웃었다.
“안 움직일게요.”
그녀는 의자만 조금 주방 쪽으로 돌렸다. 이안은 다시 팬을 잡았다.
학교에서 누가 휴대폰을 들고 자기를 바라볼 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손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면을 건졌다. 소스를 섞었다. 간을 봤다.
조금 부족했다.
소금을 더했다.
접시를 꺼내려는데 옆에서 루카가 다른 접시 하나를 밀었다.
“이걸로?”
“깊어.”
이안은 두 접시를 번갈아 봤다.
“저는 이게 더 좋은데요.”
“소스 흐른다.”
“안 흐르게 하면 되죠.”
루카가 이안을 한번 봤다. 더 말하지 않았다.
이안은 자기가 고른 가장자리 어두운 접시를 사용했다. 파스타를 올리고 가장자리를 닦았다.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첫 입.
두 번째 입.
이안은 더 이상 그 표정을 기다리지 않고 주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여자가 말했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영상이랑은 좀 다르네요.”
이안이 돌아봤다.
“맛이요?”
“아니요.”
여자는 주방 쪽을 한번 보고 웃었다.
“여기서 보는 게 더 재밌네요.”
이안은 루카를 힐끗 봤다. 루카는 조금 전에 꺼냈다가 쓰지 않은 깊은 접시를 선반에 다시 넣고 있었다.
비슷한 손님이 두어 명 더 찾아왔다.
“영상에서 본 사람 맞죠?”
“여기서 촬영해요?”
“오늘도 영상 찍어요?”
전에는 듣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다.
어느 날 이안은 삼각대를 평소보다 조금 뒤에 세웠다. 자기와 조리대만 잡던 화면에 주방 한쪽이 함께 들어왔다.
루카가 냉장고 문을 열다가 삼각대를 봤다.
“왜 저기 놨어.”
“좀 넓게 찍으려고요.”
루카가 화면을 한번 보았다. 프레임 끝에 자기 어깨와 손 정도가 걸렸다.
“나도 나오는데.”
“얼굴은 안 나와요.”
“마음대로 해.”
이안은 녹화 버튼을 눌렀다. 요리를 시작했다.
중간에 화면 밖에서 팬 하나가 밀려왔다. 이안이 받았다. 소스를 찾으려고 몸을 돌리자 루카가 먼저 병을 작업대 위에 놓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영상을 편집하면서 이안은 그 부분에서 손을 멈췄다. 루카의 팔이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잘라낼 수도 있었다.
이안은 그대로 두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예상보다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여섯 개 테이블 가운데 다섯 개가 거의 동시에 찼다. 루카네에는 충분히 바쁜 숫자였다.
어머니가 주문표를 주방에 꽂았다.
“알리오 두 개, 볼로네제 하나, 트러플 하나.”
잠시 뒤 또 하나.
“라자냐 하나, 트러플 두 개.”
이안이 주문표를 봤다.
“한꺼번에 들어왔네.”
루카는 이미 팬 두 개를 올리고 있었다.
“면.”
이안이 냄비를 봤다.
“지금 넣어요?”
“지금.”
“트러플부터 하면 안 돼요?”
“볼로네제가 먼저 들어왔어.”
“근데 트러플이 빨라요.”
“주문 순서대로.”
“그러다 다 같이 늦어요.”
루카가 이안을 봤다.
“순서대로 해.”
이안은 주문표를 다시 봤다.
“트러플 두 개 먼저 빼면 팬 하나 바로 비어요. 그다음 볼로네제 하면 돼요.”
“면 익는 시간 달라.”
“제가 맞출게요.”
루카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 홀에서는 접시와 포크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다. 새 주문표 하나가 더 들어왔다.
이안이 말했다.
“해볼게요.”
루카는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자기 앞의 팬 하나를 옆으로 밀었다.
“그럼 네가 맡아.”
이안이 팬을 잡았다. 첫 번째 팬에 마늘을 넣었다. 다른 팬에는 버섯을 올렸다. 루카는 볼로네제 소스를 데웠다.
“면.”
이안이 말했다. 루카가 면을 건져주었다.
“조금 덜 익었는데.”
“팬에서 마저 할게요.”
“물 많이 넣지 마.”
“알아요.”
치익.
팬이 흔들렸다.
루카가 한 걸음 물러났다. 이안이 그 자리를 지나 냉장고를 열었다. 돌아왔을 때 파르미지아노가 작업대 끝에 놓여 있었다.
“접시.”
루카가 흰 접시를 집었다.
“그거 말고요.”
“또 그거?”
“네.”
루카가 가장자리 어두운 접시를 꺼냈다. 이안이 파스타를 올렸다.
한 접시.
두 접시.
옆에서는 루카의 볼로네제가 완성됐다. 루카가 접시를 내밀었다. 이안이 받아 가장자리에 묻은 소스를 닦았다.
새 주문표가 들어왔다.
“알리오 하나.”
루카가 마늘을 잡았다. 이안이 먼저 칼을 들었다.
탁.
탁.
루카는 다른 도마에서 파슬리를 다졌다.
탁탁.
탁.
이안이 팬을 잡았다. 루카가 오일을 밀었다.
팬이 넘어갔다.
접시가 들어왔다.
소스가 올랐다.
어머니가 완성된 접시를 들고 홀로 나갔다.
한동안 주문 이름 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면.”
“여기.”
“접시.”
“뒤에.”
“소금.”
“오른쪽.”
손이 먼저 움직였다.
한 사람이 지나가면 다른 사람이 비켜섰다. 루카가 몸을 돌리기 전에 이안이 팬을 치웠고, 이안이 소스를 찾으려고 고개를 들면 루카의 손이 먼저 병을 밀었다.
탁탁.
탁.
치익.
접시가 작업대에 닿았다.
탁.
탁탁.
이안의 칼과 루카의 칼은 계속 다른 소리를 냈다.
손님 하나가 주방 쪽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이안은 봤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루카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주문 하나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테이블이 계산을 마쳤을 때 밤 아홉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이안은 냉장고 문에 등을 기대고 물을 마셨다.
“죽겠다.”
루카가 팬을 싱크대에 넣었다.
“이 정도 가지고.”
“아빠는 늙어서 감각이 없는 거예요.”
루카가 이안을 한번 봤다.
“내일부터 혼자 해.”
이안이 웃었다.
“그건 싫어요.”
“왜.”
“힘드니까.”
루카는 물을 틀었다. 이안은 작업대를 닦다가 아까 사용한 가장자리 어두운 접시를 집었다.
“봐요. 안 흘렀잖아요.”
“뭐가.”
“소스.”
루카가 접시를 한번 봤다.
“오늘은.”
“그럼 제가 맞았네.”
“한 번 맞은 거지.”
“아빠는 진짜 인정 못 한다.”
루카는 팬을 씻었다. 이안은 접시를 선반에 넣었다.
다음 날, 손님 한 명이 전날 찍은 짧은 영상을 올렸다. 십여 초 정도였다.
루카가 팬을 밀면 이안이 받았다. 이안이 접시를 찾자 루카가 손을 뻗었다. 둘이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영상 밑에는 짧은 글이 있었다.
어제 루카네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파스타보다 주방이었다.
말은 별로 없는데 계속 움직인다.
댓글 몇 개가 붙었다.
진짜 부자 맞아요?
둘이 말 진짜 안 하네ㅋㅋ
칼질 소리 서로 다른 거 좋다.
이안은 마지막 댓글에서 영상을 다시 틀었다. 소리를 키웠다.
탁탁.
탁.
탁.
탁탁.
이안은 자기 계정에 그 영상을 공유했다.
잠시 뒤 알림 하나가 떴다. 루카의 계정이었다.
평소에는 영업시간이나 가족 사진 정도만 올라오던 계정이었다.
루카가 그 영상을 공유했다.
글은 없었다.
이안은 주방을 봤다. 루카는 냉장고 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빠.”
“왜.”
“이거 공유했어요?”
“응.”
“왜요?”
루카가 냉장고 문을 닫았다.
“가게 나오잖아.”
“가게 때문에?”
“그럼 뭐 때문에.”
루카는 창고로 들어갔다.
이안은 다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아버지 계정에 자기 얼굴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