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됨은 함께 만든 문장이다
《루카네의 리듬》 5/5 · 하 · 완결
새로운 주방의 소리는 루카네와 달랐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컸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조리대는 루카네보다 높았고 냉장고는 반대편에 있었다. 칼을 내려놓을 자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첫날에는 다른 학생과 동선이 두 번 겹쳤다.
“Sorry.”
“Sorry.”
둘이 동시에 말했다.
두 번째 주에는 소스를 하나 망쳤다. 간이 너무 셌다. 강사가 맛을 보았다.
“다시 할 수 있겠어?”
“네.”
“그럼 다시 해.”
이안은 접시를 치웠다. 새 재료를 꺼냈다. 칼집을 열었다. 칼을 도마 위에 놓았다.
탁.
탁, 탁.
손에는 익숙했다. 소리는 달랐다. 루카네의 도마에서는 조금 낮고 둔하게 울리던 칼끝이 이곳에서는 가볍게 튀었다.
탁.
탁.
옆자리 학생의 칼은 훨씬 빨랐다. 다른 쪽에서는 믹서가 돌아갔다. 누군가 웃었다. 한쪽에서는 프라이팬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안은 잠깐 손을 멈췄다.
다시 칼을 들었다.
탁.
탁, 탁.
그날 밤 이안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열었다. 루카네 계정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찍어둔 영상들이 있었다.
하나를 눌렀다.
화면 속에서 자신과 루카가 같은 주방에 서 있었다. 이안이 팬을 잡자 화면 밖에서 루카의 손이 소스 병을 밀었다.
탁탁.
탁.
십 초쯤 보다 영상을 껐다. 휴대폰을 뒤집었다.
잠시 뒤 다시 들었다. 같은 영상을 처음부터 재생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봤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루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거 맞냐
영상 하나가 붙어 있었다.
이안이 바로 재생했다. 처음 몇 초 동안 화면의 절반이 천장이었다. 잠시 뒤 영상이 크게 흔들렸다. 주방이 나타났다.
“뭐야…….”
이안이 웃었다.
휴대폰을 어디엔가 기대 세워둔 모양이었다. 각도가 너무 낮아 루카의 머리는 대부분 잘려 있었다. 조명도 어두웠다. 팬에 재료를 넣는 순간에는 루카의 등이 화면 대부분을 가렸다. 편집도 없었다.
중간에는 싱크대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한참 들렸다.
이안은 영상을 끄지 않았다.
루카가 프레임 밖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다시 들어왔다. 도마 앞에 섰다. 서랍에서 칼 하나를 꺼냈다.
이안이 오래된 칼을 받기 전에 쓰던 칼이었다.
루카는 아무 생각 없이 집은 것처럼 손에 쥐었다. 양파를 놓았다.
탁탁.
탁.
이안은 화면을 조금 가까이 봤다.
루카의 손등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늘 보던 손이었다.
양파가 잘려 한쪽으로 밀렸다. 영상이 끝났다. 검은 화면에 이안의 얼굴이 비쳤다.
이안은 재생 버튼을 다시 눌렀다.
첫 번째에는 음식이 먼저 보였다.
두 번째에는 아버지의 손을 봤다.
영상이 끝났다.
이안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 잠시 생각하다 적었다.
카메라 좀 위로 올려요.
답장이 왔다.
어떻게
이안이 웃었다. 삼각대를 자기 방 바닥에 펼쳤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높이를 올리는 부분에 표시를 해서 보냈다.
잠시 뒤 답장이 왔다.
ㅇ
이안은 화면을 한동안 보고 있었다.
석 달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새로운 소스 몇 가지를 배웠다. 루카네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재료도 다뤘다. 잘되는 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한 접시는 강사에게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돌아왔다. 다른 날에는 같은 강사가 접시를 비우고 아무 말 없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마지막 주가 되었다.
이안은 짐을 정리하다 휴대폰을 열었다. 루카가 보냈던 영상을 다시 틀었다.
천장.
흔들리는 화면.
어두운 주방.
탁탁.
탁.
영상을 끝까지 보고 화면을 껐다.
가방에 칼을 넣었다.
돌아가는 날, 루카네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었다. 영업 준비 시간이었다.
이안은 가방을 들고 가게 앞에 섰다.
간판은 그대로였다.
LUCANE
오른쪽 모서리의 벗겨진 자리도 그대로였다.
문 앞까지 다가갔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탁.
탁탁.
이안의 손이 문 손잡이에 올라갔다. 문을 밀었다.
딸랑.
먼저 마늘 냄새가 났다. 토마토. 익숙한 오일 냄새.
그다음 오래된 주방 타일과 나무 테이블이 보였다.
루카는 도마 앞에 서 있었다.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칼이 멈췄다.
둘은 잠시 서로를 봤다.
루카가 말했다.
“왔냐.”
“네.”
이안은 가방을 카운터 옆에 내려놓았다. 한동안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주방을 한번 둘러봤다.
냉장고.
도마.
소스 병.
자기가 쓰던 칼이 들어 있는 서랍.
모두 있던 자리에 있었다.
잠시 뒤 이안이 가방을 열었다. 접이식 삼각대를 꺼냈다.
루카가 힐끗 봤다.
“그거 또 하냐?”
“해야죠.”
이안이 삼각대를 펴고 휴대폰을 고정했다. 화면을 맞추고 있는데 루카가 접시 하나를 가져왔다.
잠깐 휴대폰 화면을 봤다.
그리고 접시를 프레임 안쪽으로 밀었다.
이안이 손을 멈췄다.
“뭐예요?”
“왜.”
“아니에요.”
이안이 웃었다.
녹화 버튼을 눌렀다.
가방에서 칼집을 꺼냈다. 오래된 칼을 뽑았다.
루카가 그것을 한번 봤다. 자기 칼을 들었다.
둘은 나란히 도마 앞에 섰다.
탁탁.
탁.
탁, 탁탁.
두 소리는 여전히 달랐다.
이안은 감자를 잡았다. 루카는 파슬리를 다듬었다. 팬이 필요해졌을 때는 작업대 끝에 이미 놓여 있었다. 이안이 소스 쪽으로 손을 뻗자 루카가 병을 밀었다.
이안은 프로그램에서 배운 허브를 조금 꺼냈다. 소스에 넣었다.
루카가 맛을 봤다.
“많아.”
“이 정도가 좋아요.”
루카가 다시 맛을 봤다.
“조금만 빼.”
“그럼 중간.”
“해봐.”
이안이 웃었다.
팬을 다시 잡았다.
조금 뒤 접시 하나가 완성됐다.
감자.
된장.
파르미지아노.
그리고 이안이 밖에서 가져온 향이 아주 조금 더해졌다.
루카가 접시를 봤다. 이안도 옆에서 봤다.
잠시 뒤 루카가 메뉴판을 가져왔다. 이안에게 내밀었다.
“써.”
“뭘요?”
루카는 접시를 한번 봤다.
이안이 펜을 들었다.
메뉴 아래 작은 빈 공간에 천천히 적었다.
기억됨은 누군가를 위해 함께 만든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접시는 그 문장의 한 구절입니다.
이안이 펜을 내려놓았다.
루카는 문장을 읽었다.
고치지 않았다.
접시를 들어 이안에게 내밀었다.
“이건 네가 만든 맛이니까.”
이안은 접시를 받았다.
“아빠가 기억해줬으니까요.”
Savor Balance · Korean Archive · Yohan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