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맛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루카네의 리듬》 4/5 · 하
며칠이 지나자 트러플 파스타를 찾는 손님은 조금 줄었다.
이안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말했다.
“다른 거 하나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루카가 반죽을 접으며 물었다.
“왜.”
“트러플만 계속 할 건 아니잖아요.”
“이제 알았냐.”
“그러니까 같이 생각해봐요.”
“네 메뉴라며.”
“제 메뉴 하나로 가게 다 채울 수는 없죠.”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은 선반 아래에 꽂혀 있던 오래된 공책들을 꺼냈다. 기름 얼룩이 번지고 모서리가 말린 레시피 노트였다. 가장 두꺼운 것을 펼쳤다.
“이거 봐도 돼요?”
“이미 봤으면서.”
“언제요?”
“어릴 때.”
“기억 안 나는데.”
“그러니까 또 봐.”
날짜와 온도, 소스 비율, 밀가루 종류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한 줄만 있었다.
다시 하지 말 것.
옆에는 큰 X 표시.
이안이 웃었다.
“이런 것도 적어요?”
“실패한 것도 적어야지.”
페이지를 더 넘겼다.
토마토.
정어리.
레몬.
깻잎.
이안의 손이 멈췄다.
“깻잎도 했어요?”
“해봤지.”
“왜 메뉴에 없어요?”
“맛없었으니까.”
몇 장을 더 넘겼다.
그러다 낡은 종이 한쪽에서 손이 멈췄다.
감자 / 된장 / 파르미지아노
옆에는 몇 년 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
된장은 집에서는 익숙한 재료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파스타 노트에서 그 이름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안은 선반 아래쪽을 봤다. 다른 재료 사이에 된장 유리병이 있었다.
“아빠.”
“왜.”
“이거 진짜 해본 거예요?”
루카가 노트를 봤다.
“뭐.”
이안이 페이지를 들어 보였다.
“해봤지.”
“어땠어요?”
“망했지.”
이안이 웃었다.
“얼마나?”
“먹기 싫을 정도.”
“그럼 왜 적어놨어요?”
루카가 반죽을 접었다.
“한 거니까.”
이안은 페이지를 다시 봤다.
‘다시 하지 말 것’이라는 글도 없고 X 표시도 없었다.
그냥 세 단어뿐이었다.
감자.
된장.
파르미지아노.
“다시 해봐요.”
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때 망했으니까.”
“또 망할 수도 있어.”
“그러면 또 해보죠.”
“네가 하고 싶으면 해.”
이안이 공책을 덮었다.
“아니요.”
“뭐가.”
“같이요.”
루카가 이안을 잠깐 바라봤다.
이안은 된장 통을 꺼냈다.
“아빠가 먼저 망쳤잖아요.”
“말을 왜 그렇게 하냐.”
“사실이잖아요.”
루카가 말했다.
“감자 꺼내.”
첫 번째 접시는 바로 실패했다. 감자는 무거웠고 된장은 앞에 튀었다. 파르미지아노를 넣자 그 위에 또 다른 맛이 덮였다.
이안이 한입 먹고 얼굴을 찡그렸다.
“와.”
루카도 맛을 봤다.
“내가 그랬지.”
“옛날 것도 이랬어요?”
“비슷했다.”
루카가 접시를 밀었다.
“버려.”
“아깝게.”
두 번째에는 두 사람의 의견이 계속 부딪혔다.
루카가 감자를 전부 으깨려 하자 이안이 손을 막았다.
“다 으깨지 말고 좀 남겨봐요.”
“식감 안 맞아.”
“몇 년 전에도 그렇게 했죠?”
루카가 이안을 봤다.
“그래서.”
“그러니까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고요.”
루카는 손을 뗐다.
“네가 해.”
이안이 감자의 일부만 으깼다. 표면은 팬에서 조금 익혔다. 루카가 된장을 물에 풀었다.
“너무 묽은데요.”
“치즈 들어가면 잡혀.”
“치즈를 줄이면요?”
“그러면 된장이 튀지.”
“그럼 된장도 줄이고.”
“둘 다 줄이면 뭐가 남아.”
이안이 웃었다.
“우리 진짜 안 맞네요.”
“이제 알았냐.”
“아까 주문할 때는 잘 맞았잖아요.”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이 팬을 다시 잡았다.
세 번째에는 먼저 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안이 감자의 식감을 잡았다. 루카가 된장 소스의 농도를 맞췄다. 파르미지아노는 마지막에 조금만 갈았다.
이안이 먼저 한입 먹었다. 루카도 먹었다.
둘 다 바로 말하지 않았다.
이안이 다시 포크를 들었다.
“전보다 낫죠?”
“응.”
“메뉴로 돼요?”
“아직.”
“그럼 내일 또 해요.”
루카가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갔다.
“학교 안 가냐.”
“갔다 와서.”
“숙제는.”
“가게에서.”
“그러다 대학 못 간다.”
이안이 별생각 없이 말했다.
“셰프 할 건데요.”
루카의 손이 잠깐 멈췄다.
이안도 입을 다물었다.
루카는 다시 접시를 씻었다.
며칠 뒤, 그 접시는 단골손님 앞에 나갔다.
아직 정식 메뉴는 아니었다.
“새로 해보는 건데요.”
이안이 접시를 내려놓았다.
손님이 웃었다.
“또 트러플?”
“아니요.”
감자 위로 된장 소스가 얇게 둘러져 있었고, 파르미지아노는 마지막에 조금만 올라가 있었다.
손님이 한입 먹었다.
잠시 씹었다.
다시 한입.
“뭐 들어갔어요?”
“감자하고 된장하고 파르미지아노요.”
“된장?”
“네.”
손님이 다시 먹었다.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이상하네요.”
이안의 눈썹이 움직였다.
손님이 웃었다.
“나쁘다는 뜻 아니에요.”
다시 한입.
“낯선데…… 익숙해요.”
이안은 주방으로 돌아왔다.
루카가 물었다.
“뭐래.”
“낯선데 익숙하대요.”
“그래.”
“좋다는 건가.”
루카는 손님의 접시를 한번 봤다.
“비우고 있잖아.”
이안도 홀을 봤다. 접시 한쪽이 이미 깨끗해져 있었다.
그날 영업이 끝난 뒤 이안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 메뉴를 한 줄 추가했다.
몇 가지 이름을 썼다.
감자 된장 파스타
지웠다.
된장 파르미지아노
지웠다.
루카네 포테이토
그것도 지웠다.
루카는 뒤에서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이안은 한동안 빈칸만 바라봤다.
그러다 손을 움직였다.
우리라는 맛
루카가 지나가다 화면을 한번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은 저장 버튼을 눌렀다.
우리라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