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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ntity Profiler (AEP)/AEP 음식좌표

정통은 레시피가 아니다 ― 나폴리 피자는 무엇을 지키는가 |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1/7

A warm editorial poster for the series “What Does Tradition Remember?” featuring a Neapolitan pizza, a wood-fired oven, a pizzaiolo at work, Naples and Mount Vesuvius in the background, archival photographs, and handwritten notes. The image emphasizes that authenticity is not only about recipes, but also about memory, cultural transmission, craftsmanship, and the people who preserve food traditions.
정통은 레시피보다 기억을 오래 보존하는 문화일지도 모른다.

AEP 음식좌표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나폴리 피자와 음식의 정통성

Series 1 of 7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
식문화 좌표 시리즈


어느 날이었다. 나는 화덕피자를 먹고 있었다. 맛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맛보다 먼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통은 무엇일까.

 

사실 나는 그 질문을 하기 전까지 정통이라는 단어를 매우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원래 방식.
원래 재료.
원래 레시피.
원래 지역.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정통 피자.
정통 김치.
정통 된장.
정통 막걸리.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통을 원본에 가까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날은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정통이 단순히 원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왜 그것을 그토록 오래 지키려 하는 걸까.

단지 원래 방식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방식 속에 무언가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그리고 결국 나를 나폴리까지 데려갔다.

 

물론 나는 나폴리에 가 본 적이 없다. 나폴리 사람들을 직접 만난 적도 없다. 나는 단지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피자를 지키려 하는지 궁금해졌을 뿐이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UNESCO가 나폴리 피자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금 달랐다.

 

UNESCO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은 피자 자체가 아니었다.

피자를 만드는 문화였다.
피자를 둘러싼 공동체였다.
세대 간의 전승이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는 장인의 기술과 문화적 실천이었다.[주1]

 

나는 그 순간 조금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계속 피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우를 보고 있었다.
치즈를 보고 있었다.
화덕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사람을 보고 있었다.
전승을 보고 있었다.
기억을 보고 있었다.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보호하고 알리는 단체인 AVPN의 자료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처음에 그들이 규격을 만드는 단체라고 생각했다.

몇 센티미터.
몇 도.
몇 초.

그런 것들을 정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료를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규격 자체라기보다, ‘나폴리 피자’라는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가까웠다.[주2]

 

규격보다 먼저 정체성이 있었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하나의 모양만이 아니었다. 지역의 기억이었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방식의 의미였으며, 그 음식을 통해 자신들이 누구였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다.

 

나는 여기서 조금 멈추게 되었다.

정통은 정말 재료의 문제일까.
레시피의 문제일까.
아니면 원본을 얼마나 정확히 복제했는가의 문제일까.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수백 년 동안 그것을 지키려 했을까. 반대로 정통이란 무언가를 복제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는 일이라면 어떨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오히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예전보다 더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나폴리 사람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음식을 둘러싼 기억을 지키려 했다.[주3]

 

그래서 이 글에서 정통은 아직 하나의 완성된 정의가 아니다. 정통은 오히려 사람들이 무엇을 잊지 않으려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오래 지키려 할 때, 정말로 남기려는 것은 무엇일까.

재료일까.
모양일까.
만드는 순서일까.

아니면 그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일까.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을 것이다.

 

맛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해도, 누가 만들어 주었는지는 기억나는 음식.
레시피는 달라졌어도, 그것이 놓이던 자리와 함께 먹던 사람들은 잊히지 않는 음식.

 

그렇다면 정통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음식이 지니고 있던 중요한 기억을 오늘의 자리에서 다시 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는 나폴리 피자를 판정하거나, 정통의 정답을 가르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배우고 싶다. 그리고 그 배움을 통해 정통이라는 질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고 싶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피자에서 시작하지만 아마 피자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피자는 언제부터 하나의 메뉴가 되었을까.
그리고 원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편에서는 정통보다 먼저, 피자가 어떤 삶의 자리에서 태어났는지를 따라가 보려 한다.

각주

 

[주1]
UNESCO.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2017.

[주2]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AVPN). “About Us.” Official website.

[주3]
Pizza Dixit. “Neapolitan Pizza is NOT a UNESCO World Heritage (but the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is).” March 3, 2021.

 

 

미주

 

[미주 1]
UNESCO가 2017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대상은 나폴리 피자 자체가 아니다. 공식 명칭은
Art of Neapolitan ‘Pizzaiuolo이며, 여기서 보호되는 것은 장인의 기술, 공동체 안의 전승, 사회적 실천과 문화적 연속성이다. UNESCO가 인정한 것은 특정 음식의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 음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문화적 실천에 가깝다. 본 시리즈가 정통을 결과물보다 기억과 전승의 문제로 접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주 2]
AVPN은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보호하고 알리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흔히 피자의 규격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규격은 나폴리
피자라는 이름과 그 역사적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 규격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전해진 기준과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미주 3]
본 장은 정통의 최종 정의를 제시하려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정통을 재료, 레시피, 원산지와 복제의 문제로만 이해하는 관점을 잠시 멈추고, 사람들이 왜 어떤 음식과 방식을 오랫동안 지키려 했는가를 묻기 위한 시리즈의 서문이다.

 

 

참고문헌

UNESCO.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2017.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AVPN). “About Us.” Official website.

Pizza Dixit. “Neapolitan Pizza is NOT a UNESCO World Heritage (but the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is).” March 3,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