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EP 음식좌표 | AEP · AI Entity Profiler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나폴리 피자와 음식의 정통성 | 6 / 7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
식문화 좌표 시리즈
어느 순간부터였다. 나는 피자를 먹으면서 맛보다 먼저 불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자를 먹으며 토핑을 이야기한다. 치즈를 이야기한다. 도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문득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피자는 어떤 불 위에서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더 정확하게는, 그 불이 바뀌면서 무엇도 함께 달라졌을까.
앞선 글 「화덕피자는 왜 먹기 불편할까」에서는 먹는 사람의 손과 도구를 바라보았다. 음식이 접시 위에 놓인 뒤 사람의 손과 입을 지나 마지막 한입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식사 동선’이라는 말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시선을 반대편으로 옮겨 보고 싶다. 먹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손으로. 그리고 그 손 앞에 놓여 있는 불로.
나는 나폴리 사람들에게 무조건 장작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나는 한국에서 가스 화덕으로 구운 피자를 먹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의 주방에는 장작도 있고 가스도 있고 전기도 있다.
그렇다면 제목의 질문으로 바로 들어가 보자.
나폴리 피자는 꼭 장작 화덕이어야 할까.
내가 자료를 따라가며 얻은 답은 단순한 예와 아니오 사이에 있지 않았다. 장작은 나폴리 피자 전통에서 실제로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정통의 의미를 장작 하나로 환원할 수도 없었다.
무엇이 더 우수한가가 아니다.
무엇이 바뀌었는가다.
우리는 연료를 이야기할 때 종종 풍미부터 떠올린다. 장작 향이 난다. 불향이 좋다. 맛이 더 깊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폴리 피자의 전통에서 장작 화덕을 단순히 향을 더하는 장치로만 볼 수는 없다.
UNESCO가 2017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한 것은 완성된 ‘나폴리 피자’라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즉 나폴리 피자이올로의 예술이다. UNESCO의 설명에서 이 실천은 반죽을 준비하고 장작 화덕에서 구우며 피자이올로가 회전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동시에 공동체의 사회적 실천과 세대 간 교류, 그리고 젊은 견습생이 ‘보테가(bottega)’에서 장인의 작업을 관찰하며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전승까지 포함한다.[주1]
그러니까 그들이 지켜 온 것은 완성된 피자라는 결과물만이 아니었다. 피자를 만드는 기술과 사람, 그것을 배우고 전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음식이 존재해 온 문화가 함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더 있다.
장작이 전통의 실제 구성 요소라는 사실과, 오늘날 모든 나폴리 피자가 반드시 장작으로만 구워져야 한다는 것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AVPN의 2024년 국제 규정은 전통적으로 나폴리 피자가 장작 화덕에서 구워졌다고 명시하면서도, 현재는 협회가 승인한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가스나 전기 화덕과 같은 대체 열원의 사용도 가능하다고 규정한다.[주2]
나는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언제나 모든 물리적 조건을 한 치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라면 이런 규정은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연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 역시 전통적 장작 화덕이 실제 제작 과정에서 차지했던 위치를 지워 버린다.
그래서 나는 다시 불을 바라보게 되었다.
전통적인 장작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일은 단순히 높은 온도를 만들어 반죽을 익히는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화덕 안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열과 수분이 움직이고, 가장자리가 팽창하며, 수분이 빠져나가고, 표면의 갈변이 진행된다.
Falciano, Moresi, Masi가 2023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장작 화덕에서 나폴리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이런 물리적 변화를 측정했다. 실험에는 전문 피자이올로가 참여했으며, 연구는 피자를 균일하게 굽기 위해 피자이올로가 피자를 들어 올리고 회전시키는 조작도 기록하고 있다.[주3]
화덕 앞에 선 사람은 완전히 고정된 물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반죽의 상태가 있고, 화덕의 열이 있으며, 굽기가 진행되는 동안 피자의 상태도 계속 달라진다.
실제로 AVPN의 2024년 규정 역시 굽는 동안 피자이올로가 피자의 한쪽 가장자리를 들어 상태를 확인하고, 장작 화덕에서는 화염을 향해 회전시켜 바닥의 온도 차이로 인한 과도한 굽기를 피하면서 전체 둘레가 고르게 익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주2]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똑같은 동작만 반복하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상태를 보고, 변화를 보고, 그 순간에 맞게 손을 움직여야 한다.
나는 여기서 **‘판단’**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다.
‘판단’은 UNESCO나 AVPN이 나폴리 피자의 역사적 핵심 개념으로 사용하는 공식 전문용어가 아니다. 이 시리즈가 장인의 작업과 전승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석의 언어다.
UNESCO의 설명에서 지식과 기술은 주로 보테가에서 전승된다. 젊은 견습생은 장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업의 주요 단계와 요소를 배운다. AVPN 역시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나폴리 피자 제작의 이론과 실제 기술을 함께 교육한다.[주4]
자료가 직접 “기술보다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작업과 전승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술의 많은 부분은 기록할 수 있다. 온도를 기록할 수 있고, 시간을 기록할 수 있으며, 재료와 비율, 작업 순서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판단을 문장으로 완전히 옮길 수 있을까.
지금 이 반죽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지금 피자를 돌려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열을 더 받아야 하는지, 언제 화덕에서 꺼내야 하는지는 실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수 있다.
그런 판단의 상당 부분은 반복해서 경험하고, 결과를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수행을 보면서 형성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작 화덕을 단순히 불을 제공하는 도구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불을 제공하는 도구인 동시에, 장인의 관찰과 판단을 계속 요구하는 작업 환경이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역사 자료가 직접 선언한 결론이 아니다. 실제 굽기의 구조와 기술 전승의 방식을 살펴보면서 내가 도달한 해석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정통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정통을 원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재료, 원래 도구, 원래 연료, 원래 방법을 가능한 한 바꾸지 않는 것이 정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따라오면서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VPN의 규정만 보아도 완성된 피자의 모양 하나만을 떼어 관리하지 않는다. 원재료와 밀가루의 특성, 물의 양과 반죽, 발효와 숙성, 성형, 굽기, 그리고 완성된 피자의 물리적·관능적 특성까지 하나의 생산 과정 안에서 다룬다.[주2]
앞선 4편에서 내가 ‘얇음’을 바라보며 배운 것도 그것이었다.
결과에는 그 결과를 만들어 낸 과정이 있다. 어떤 한 가지 외형만 복제한다고 해서 그 결과를 만든 과정까지 모두 보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료 역시 비슷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장작은 나폴리 피자의 역사와 제작 환경에서 실제로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므로 장작의 의미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워 버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장작이라는 물질 하나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서 그 전통 전체가 자동으로 보존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AVPN의 현행 규정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장작 화덕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가스와 전기 같은 대체 열원을 일정한 기술적 조건 아래 받아들이고 있다.[주2]
그러면 질문은 조금 달라진다.
장작인가, 가스인가, 전기인가만을 묻는 것으로 충분할까.
나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연료가 바뀌는 동안 무엇까지 함께 바뀌었는가.
연료를 바꾸면서도 반죽과 굽기의 상태를 읽는 능력은 남아 있는가. 효율을 얻으면서도 결과를 관찰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남아 있는가. 편리함을 얻으면서도 왜 이런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 배우고 전하는 과정은 남아 있는가.
반대로 장작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그런 관찰과 판단, 전승의 이유를 잃어버렸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엇을 대체했느냐만이 아니라 대체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함께 버렸느냐일 수 있다.
만약 연료를 바꾸면서 판단까지 버렸다면, 효율을 얻으면서 관찰과 집중까지 잃었다면, 편리함을 얻으면서 배우고 전하는 이유까지 포기했다면 우리가 잃은 것은 연료만이 아니다.
태도다.
여기서 말하는 ‘태도’ 역시 나폴리 장인들이 사용해 온 역사적 전문용어가 아니다. 변화 속에서도 무엇을 계속 중요하게 다루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이 시리즈가 사용하는 해석 개념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연료를 단순한 레시피의 한 항목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어떤 열원을 사용했는가와 함께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가.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조정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다음 사람에게 어떻게 전하고 있는가.
내게 연료의 문제는 이제 태도의 문제와 이어져 보인다.
이 말은 특정 연료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장작 화덕과 가스·전기 화덕은 동일한 물리적 환경이라고 전제할 수 없고, 도구와 열원의 변화는 실제 작업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차이에서 곧바로 우열을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변화가 사람의 손과 판단, 배우고 전하는 방식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보고 싶다.
우리는 불을 바꾸어 왔다. 앞으로도 도구와 기술은 계속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 속에서도 함께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6편에서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연료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 무엇을 계속 중요하게 다룰 것인가 하는 태도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그 태도까지 포함해 한 음식이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질 때, 우리는 무엇을 ‘정통’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마지막 7편에서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각주
[주1]
UNESCO는 *Art of Neapolitan ‘Pizzaiuolo’*를 2017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공식 설명은 이 실천을 반죽 준비와 장작 화덕에서의 굽기, 피자이올로의 회전 동작을 포함하는 조리 실천으로 설명한다. 또한 나폴리 피자이올로를 공동체의 살아 있는 연결고리로 보고, 지식과 기술이 주로 ‘보테가(bottega)’에서 젊은 견습생이 장인의 작업을 관찰하며 전승된다고 설명한다.
[주2]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AVPN)의 International Regulations 2024판은 전통적으로 굽기가 장작 화덕에서 이루어졌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는 협회가 승인한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가스·전기 등 대체 열원 화덕의 사용을 허용한다. 규정은 또한 굽는 동안 피자이올로가 피자를 확인하고 회전시켜 고르게 익히는 과정, 원재료·반죽·발효·숙성·성형·굽기와 최종 제품 특성을 함께 규정한다.
[주3]
Falciano, Moresi, Masi의 2023년 연구는 전통적인 장작 화덕에서 나폴리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의 온도 변화, 수분 손실, 가장자리 팽창과 갈변 등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전문 피자이올로가 참여했으며, 피자를 전체 둘레에 걸쳐 균일하게 굽기 위해 들어 올리고 회전시키는 조작도 기록되어 있다.
[주4]
UNESCO는 나폴리 피자이올로의 지식과 기술이 주로 보테가에서 관찰과 작업을 통해 전승된다고 설명한다. AVPN은 현재 Training Vera Pizza Napoletana라는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이론과 실습을 통해 나폴리 피자 제작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기술과 지식의 전승 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이며, 본문의 ‘판단’이라는 개념 자체를 직접 제시하는 자료는 아니다.
미주
[미주 1]
본 장은 장작 화덕을 예찬하거나 가스·전기 화덕을 비판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또한 어떤 화덕이 AVPN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저자가 별도로 판정하려는 글도 아니다. 현행 AVPN 규정 자체가 승인된 조건 아래 대체 열원의 사용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다. 본 장의 관심은 연료의 변화가 작업 방식과 관찰, 판단, 교육과 전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에 있다.
[미주 2]
본문에서 사용하는 ‘판단’과 ‘태도’는 UNESCO, AVPN 또는 나폴리 피자 장인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역사적·기술적 전문용어가 아니다. ‘판단’은 변화하는 반죽·화덕·굽기 상태를 관찰하며 작업을 조정하는 과정을, ‘태도’는 변화 속에서도 무엇을 계속 중요하게 다루려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본 시리즈가 사용하는 해석 개념이다.
따라서 “연료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일 수 있다”는 문장은 특정 기관이나 연구의 직접 결론이 아니다. 검증 가능한 제작·교육·전승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철학적 해석이다.
[미주 3]
UNESCO가 등재한 *Art of Neapolitan ‘Pizzaiuolo’*의 공식 설명에는 장작 화덕에서의 굽기가 실제 구성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본문은 장작의 역사적·문화적 중요성을 축소하지 않는다.
동시에 2024년 AVPN 국제 규정은 승인 기준을 충족하는 대체 열원 화덕을 허용한다. 이 두 사실을 함께 놓으면 ‘장작이 중요하다’와 ‘정통을 장작 하나에만 환원할 수 없다’는 문장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본 장은 바로 그 사이의 변화와 보존의 문제를 묻는다.
[미주 4]
본 장은 7부작 전체의 정통 개념을 최종 확정하지 않는다. 6편의 역할은 만드는 사람의 손과 불을 따라가며 연료의 변화에서 판단과 태도의 문제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1편에서 시작된 ‘기억’, 2편의 ‘완주성’, 3편의 ‘식사의 질서’, 4편의 ‘균형’, 5편의 ‘식사 동선’, 그리고 6편의 ‘판단과 태도’가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는 마지막 7편에서 다시 수렴한다.
참고문헌
UNESCO.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Nomination File No. 00722. Inscribed 2017.
UNESCO. Art of Neapolitan Pizzaiuolo. UNESCO Multimedia Archives. Documentary produced by Associazione Pizzaiuoli Napoletani, 2011; associated with the 2017 Representative List inscription.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AVPN). International Regulations: Regulations for Obtaining Use of the Collective Trade Mark “Verace Pizza Napoletana” (Vera Pizza Napoletana). 2024.
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 (AVPN). “Training Vera Pizza Napoletana.” Official professional training program.
Falciano, Aniello, Mauro Moresi, and Paolo Masi. “Phenomenology of Neapolitan Pizza Baking in a Traditional Wood-Fired Oven.” Foods 12, no. 4 (2023): 890. DOI: 10.3390/foods1204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