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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ntity Profiler (AEP)/AEP 음식좌표

나폴리 피자는 원래 한 끼였다 ― 메뉴가 되기 전, 피자는 무엇이었을까 |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2/7

A vertical editorial poster for Part 2 of the “What Does Tradition Remember?” series, showing old Naples at sunset with Mount Vesuvius, a pizzaiolo carrying a Neapolitan pizza, a worker eating folded street pizza, an open notebook, an archival photograph, and a large Margherita pizza. The image presents Neapolitan pizza as a complete everyday meal that once fed working people, rather than merely one item on a modern menu.

AEP 음식좌표

정통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나폴리 피자와 음식의 정통성 | 2 / 7

 

깊은만족의 Savor Balance

식문화 좌표 시리즈


나는 오랫동안 피자를 메뉴라고 생각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피자는 메뉴판에 있다. 파스타 옆에 있고, 샐러드 옆에 있고, 음료 옆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피자를 하나의 메뉴로 이해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피자를 하나의 식사라기보다, 여러 메뉴 가운데 하나로 주문해 왔다.

 

그러나 어느 날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피자는 원래도 메뉴였을까.

 

이 글은 피자가 메뉴가 된 정확한 시점을 찾으려는 글이 아니다. 나는 그보다 먼저, 우리가 메뉴라고 부르기 전의 피자가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나는 그 질문을 따라 나폴리 피자의 오래된 기록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생각보다 단순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피자는 사람을 먹이기 위한 음식이었다. [주1]

 

여기서 말하는 ‘원래’는 모든 피자가 하나의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18세기 이후 나폴리의 도시 대중에게 피자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당시의 피자는 값비싼 미식 계층을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적은 재료로 만들 수 있고 도시의 거리에서 빠르게 사 먹을 수 있는 일상 음식으로 발전했다.[주2]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당연한 말이 가장 중요한 말이 되기도 한다.

 

나는 피자를 보며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사람들은 피자를 먹고도 또 다른 음식을 주문할까.
왜 피자는 언제나 무엇인가의 옆자리에 있을까.
왜 피자는 하나의 식사라기보다 간식이나 여러 메뉴 가운데 하나처럼 취급될까.

 

그러나 나폴리 도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피자는 처음부터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음식이었다.
바쁜 사람들의 음식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음식이었다.

 

거리에서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다른 요리를 곁들여야만 의미가 완성되는 음식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을 먹이고, 다시 하루의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한 음식이었다.

 

나는 이 사실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한 끼’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양의 문제만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끼에는 완결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다. 먹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더 주문해야 하는지 설명받지 않아도 되어야 한다. 추가 메뉴가 없더라도 한 번의 식사가 끝날 수 있어야 한다. 한 끼는 배를 채우는 양만이 아니라, 먹은 사람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구조이기도 했다.

 

 

나는 이것을 완주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이 단어는 사전에 없다. 이 글에서 완주성이란, 다른 메뉴나 추가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의 음식이 한 끼로서 시작되고 끝날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주3]

 

완주성은 단순히 많이 먹고 배가 부르다는 뜻이 아니다. 칼로리가 높다는 뜻도 아니다. 하나의 음식이 먹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선택과 추가 작업을 요구하지 않고, 한 번의 식사를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도록 해주는 성질에 가깝다.

 

이상하게도 이런 구조는 오래된 음식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 음식은 결국 같은 요구에 답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먹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 끼를 먹고 하루를 이어갈 수 있을까.

 

피자 역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여기서 현대의 메뉴판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음식들을 잘게 나눈다.

 

전채.
메인.
사이드.
디저트.
추가 토핑.
추가 메뉴.
추가 음료.

 

문화와 식사 방식은 변한다. 여러 음식을 조합해 먹는 즐거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글은 과거로 돌아가자거나 나폴리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피자가 처음 맡았던 역할과, 그 역할을 가능하게 했던 식사의 구조다.

 

언제부터 우리는 완성된 식사를 조각난 메뉴로 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한 끼를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여러 구성품의 조합으로 이해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무엇인가를 더 주문하지 않으면 식사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었을까.

 

나는 나폴리 사람들이 언제나 완벽한 한 끼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의식적으로 ‘완주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단지 그들의 삶 속에서 피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고 싶다.

 

왜 그 음식은 도시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었을까.
왜 한 접시 안에서 한 번의 식사가 끝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런 구조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유지될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 그 모든 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하나의 메뉴라고 부르는 피자는, 나폴리 도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한 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피자는 다른 음식의 옆자리를 채우기 전에, 그 자체로 한 사람의 식사를 맡고 있었다.

 

 

그것은 메뉴이기 전에 한 끼였다.

 

그리고 어쩌면 정통이라는 것도 그 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할지 모른다. 정통은 원래 모습을 얼마나 정확하게 복제했는가만을 묻는 일이 아닐 수 있다. 그 음식이 처음 사람들의 삶에서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은 배를 채웠다.
어떤 음식은 사람을 일터로 돌려보냈다.
어떤 음식은 한 사람이 오늘 하루를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정통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재료와 모양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음식이 누구를 먹였는가.
어떤 삶을 지탱했는가.
그리고 한 끼로서 어디까지 책임지려 했는가.

 

다음 편에서는 그 질문을 조금 더 넓혀 보려 한다.

 

피자 옆에서 무엇이 사라졌을까.
사라진 것은 특정한 음식이었을까.
아니면 한 끼를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었던 식사의 질서였을까.

 

각주

 

[주1]

Carol Helstosky는 『Pizza: A Global History』에서 피자가 18세기 나폴리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음식으로 발전한 역사를 다룬다. 본문에서 “피자는 사람을 먹이기 위한 음식이었다”는 표현은 피자의 모든 기원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당시 나폴리 도시 대중의 실제 생활 속에서 피자가 수행했던 역할을 가리킨다.

 

[주2]

Smithsonian Magazine의 나폴리 피자 역사 자료는 피자가 적은 재료로 비교적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으며, 18세기에는 거리에서 판매되는 도시의 일상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또 접어서 들고 먹는 ‘피자 아 포르타폴리오’와 같은 형태는 피자가 이동 중에도 먹을 수 있는 휴대성 높은 음식이었음을 보여준다.

 

[주3]

‘완주성’은 역사 문헌에 등장하는 피자 관련 전문용어가 아니라, 본 시리즈가 음식의 완결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석 개념이다. 역사 자료가 보여주는 저렴함·휴대성·거리 판매·일상적 식사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하나의 음식이 한 끼의 역할을 스스로 마칠 수 있는지를 해석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미주

 

[미주 1]

본 장에서 말하는 ‘한 끼’는 현대 영양학에서 규정하는 영양소의 구성이나 적정 열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음식이 실제 생활 속에서 식사로 기능하고, 다른 메뉴를 반드시 추가하지 않아도 먹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끝날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미주 2]

본문에서 사용하는 ‘원래’라는 표현은 모든 형태의 피자가 동일한 기원과 목적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글의 관찰 범위는 주로 18세기 이후 나폴리에서 도시 대중의 일상 음식으로 발전한 피자의 사회적 역할에 놓여 있다.

 

[미주 3]

‘완주성’은 포만감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많이 먹었는가보다 하나의 음식이 시작부터 끝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식사를 이끌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후 본 시리즈에서는 반죽의 균형, 식사 동선, 추가 도구의 필요성 등을 살펴보는 기준으로 이 개념을 다시 사용한다.

 

[미주 4]

본 장은 현대의 피자 소비 방식이나 다양한 세트 메뉴를 비판하려는 글이 아니다. 식문화의 변화에는 새로운 즐거움과 편의가 존재한다. 이 글은 변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피자가 하나의 메뉴로 분류되기 전에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관련 허브

포만권 공식 허브

https://essay9489.tistory.com/197

 

참고문헌

Helstosky, Carol. Pizza: A Global History. London: Reaktion Books, 2008.

Lidz, Franz. “Inside Naples’ World-Famous Pizza Culture.” Smithsonian Magazine, March 2021.

Modianot-Fox, Dina. “The Art of Pizza.” Smithsonian Magazine, July 31, 2007.